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앞두고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제주항공은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이 나면 자금을 투입해 이스타항공 부채 비율을 업계 평균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라고 23일 발표했다.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말 기준 47.9%다. 일본 여행 자제 운동 등의 여파로 올해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는 더 악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항공은 오는 26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실사를 통해 이스타항공의 정확한 재무상황을 파악할 계획이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사진)은 “지난 3분기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 약 3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스타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 조달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이 현금 흐름을 상세히 공개한 건 제주항공의 인수 여력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항공은 내년 4월 제주항공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1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이를 이스타홀딩스가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는 측이 파는 측에서 인수자금을 빌려 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이 사장은 “이는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 주주로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18일 이스타홀딩스와 SPA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직후에도 이행보증금 115억원을 이스타홀딩스에 지급했다. 이 중 100억원은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의 CB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항공 운영자금을 간접 지원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의 결합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 등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양사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국내선은 24.8%로, 업계 1위인 대한항공(23.6%)을 뛰어넘는다. 국제선 점유율도 19.5%에 달해 2위인 아시아나항공(23%)과 격차를 크게 좁힌다.
이 사장은 “국내 최초 항공사업자 간 기업결합인 이번 기회를 통해 여객 점유율을 높이고 저비용항공사(LCC) 사업 모델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 양사의 경쟁력 제고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