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가주택 취득자에 칼 뺐다

입력 2019-12-23 17:33
수정 2019-12-24 01:39
국세청이 자금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고급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집중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골자로 한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을 측면 지원하려는 포석이다.


국세청은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차입금을 가장해 증여받은 돈으로 고가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등 탈세 혐의자 257명의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올 10월부터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국세청·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이 펼쳐온 ‘주택거래 합동조사’ 결과 탈루 혐의가 드러난 주택 취득자가 다수 포함됐다. 관계기관은 서울지역 3억원 이상 주택의 실거래 신고 내용과 매수자가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를 확인해 탈세가 의심되는 531건을 지난달 말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세청은 자료를 전수 분석한 뒤 소득과 재산 상태를 고려해 변제 능력이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101명을 조사 대상자로 지목했다.

국세청은 관계기관 통보자료뿐 아니라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NTIS) 과세 정보, 국토부 자금조달계획서,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을 활용해 고가 주택 취득자의 자금 출처를 자체 분석해 탈루 혐의자 128명을 추가했다. 고가 주택 취득자의 소득·재산·금융자료 및 카드 사용내역 등을 바탕으로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는 설명이다.

수백 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 중 입지·시세 등에 비해 임대 소득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28명도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국세청이 자금 출처 집중 조사에 나선 것은 의심 사례로 통보된 531건의 취득금액 5124억원 중 차입금이 69%(3553억원)나 되는 것으로 신고돼서다. 국세청은 부모 등이 원금과 이자를 대신 갚아주거나 자녀에게 무상 대여하고 적정 이자(연 4.6%)를 받지 않은 경우, 주택 취득자가 본인 소득은 부채 상환에 쓰고 부모가 생활비를 대주는 경우 등이 모두 편법 증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고가 주택뿐 아니라 그 아래 가격대의 ‘차상위’ 주택 취득자에 대해서도 지역·연령·소득별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다주택자들이 조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설립한 부동산 법인의 탈루 혐의도 정밀 검증할 계획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