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이 욱일기를 사용한 콘텐츠를 온라인에 게시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일부 팬들이 이를 옹호하고 나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버풀은 20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일본 축구선수 미나미노 타쿠미 영입 소식을 알렸다. 이와 함께 1981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요타컵에서 필 톰슨과 지코가 활약한 경기를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예고 영상을 공개했는데, 영상 섬네일에 사용된 이미지 배경으로 욱일기가 사용됐다.
이에 한국 팬들이 적극적으로 항의했고, 해당 영상 섬네일은 검은 바탕으로 변경됐다. 또한 공식 페이스북에 영어와 한국어로 된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사과문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일본 공식 SNS계정에 욱일기 이미지를 올리며 논란을 자초했다. 리버풀은 이날 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미 챔피언 플라멩구(브라질)와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결승전에서 1-0으로 승리했는데,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제작한 위르켄 크롭 감독의 일러스트 이미지 배경으로 또 욱일기를 사용한 것.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리버풀은 공식 사이트에 욱일기 이미지를 올려 큰 논란을 일으켰고, 많은 비판이 쏟아지자 사과문을 올렸는데, 그 사과문은 한국 IP에서만 확인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클럽 월드컵 우승 직후 일본 계정에 올라온 욱일기 이미지를 리버풀 공식계정에서 '좋아요'를 눌러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건 욱일기가 독일(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잉글랜드 축구협회, FIFA 측에 리버풀의 행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버풀의 반쪽짜리 사과와 지속적인 욱일기 사용에 국민적인 반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 리버풀 팬카페에서 욱일기 사용을 옹호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원수가 7만 명에 달하는 문제의 리버풀 팬카페 한 회원은 "박지성 선수 맨유 뛸 때부터 매국노 소리 들었고, 손흥민 선수 뛰던 토트넘 상대할 때마다 비아냥을 들었다"며 "매국노라 그래도 타격이 없다"는 글을 게재했다. 또 다른 회원은 "욱일기에 대한 저의 생각"이라며 "욱일기는 태양을 본뜬 것으로 예전부터 민간에서 경사스러운 일이 생기거나 할때 사용됐던 것"이라며 일본의 욱일기 사용 주장 논리를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다.
여기에 팬카페 내에서 욱일기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다가 '강퇴'를 당했다는 '인증'도 나오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리버풀 팬카페 글들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나라 위에 축구 있냐", "월드컵 때 한국 대신 영국을 응원하라", "다른 팬덤, 팀은 물론 국가까지 깔아뭉개면서 전범기에 대한 비판은 참지 못하는 것이냐"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몇몇 네티즌은 "남의 나라 공놀이에 나라까지 팔아먹으면서 미쳤다"고 날 선 분노의 반응을 보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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