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추가 완화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를 해제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가 터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3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가 모두 해제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도 지난 20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규제를 완화한 직후 “일부 진전했지만 양국 간 문제를 해결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서 양보한 만큼 일본도 3개 소재 관련 수출규제를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도 “지소미아 연장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전제로 이뤄진 만큼 일본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도 한·일 관계 악화와 양국 경제전쟁에 따른 피해로 수출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인 방문이 크게 줄어든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규제 완화가 “객관적인 수출 실적에 근거한 판단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경제산업성은 “(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가 완화된 것은) 특정 기업과 6건의 수출 실적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산업성은 불화수소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해서는 수출규제 완화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산업성의 ‘공식 입장’에 일본 언론들도 한국과의 협상을 위한 ‘밀고 당기기’식 흥정 작업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일본 내에선 한·일 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면 남은 2개 소재의 수출규제도 바로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한 조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가 3년 만에 열렸다. 3국 간 회동이지만 일본 수출규제 이후 한·일 양국의 주무 부처 수장이 처음 만나는 무대로 시선을 끌었다. 3국 간 회동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회의와 만찬이 끝난 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10여분간 만나 별도의 대화를 나눴다.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간 갈등을 봉합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4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개선할 내용이 발표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조재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