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칠 전 한국전기초자 사장이 21일 별세했다. 향년 80세.
서 전 사장은 1997년 말 한국전기초자 전문경영인으로 부임해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 퇴출 위기에 몰렸던 회사를 3년 만에 우량기업으로 변신시킨 극적인 재기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컴퓨터 모니터 및 TV 브라운관용 유리 생산기업인 한국전기초자는 1997년 차입금이 3500억원에 육박한 기업이었다. 부채비율이 1114%에 달했다. 당시 이 회사 경영진단을 맡았던 미국계 컨설팅업체 부즈앤드해밀턴이 “한국전기초자는 결코 생존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을 정도였다. 한때 브라운관 제조 부문에서 세계 4위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낮은 기술 경쟁력과 높은 불량률 등으로 인해 부도 위기에 몰린 것이다. 노조 파업도 문제였다. 서 전 사장이 부임하기 전 77일간 장기 파업 중이었다. 거래 업체들은 일본 경쟁 업체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우전자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부임한 그는 노사 화합을 통한 경영 정상화를 추진했다. 고용 유지를 요구하는 노조에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책임지면 한 사람도 퇴출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제품 불량 수준과 경쟁사 동향 등 기업 비밀을 전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다.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회사와 노조가 한배에 타고 있다는 점을 늘 상기시켰다.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회사 살리기에 동참했다. 3년간 전력투구한 결과 한국전기초자는 영업이익률 35%, 부채비율 30%대 초우량 기업으로 변신했다.
서 전 사장의 사례는 당시 노사 화합으로 전사적인 위기를 극복한 성공 사례로 회자됐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경제신문이 제정한 다산경영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2년 이스텔시스템즈 대표, 2006년 동원시스템즈 부회장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태흔, 영모, 태영씨 등 세 자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3일 오전 5시20분.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