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투자가 쉽게 실패하는 까닭은…

입력 2019-12-22 15:25
수정 2019-12-22 15:26
중견 건설업체에 근무하는 황민석 씨(가명·56)는 공동 투자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지인 2명과 함께 서울의 상업용 건물 임대 사업에 나섰다가 골치 아팠던 기억이 있어서다.

사업 초기에는 투자자 간 마음이 맞아 운영이 잘됐다. 매달 나오는 임대수익도 투자금액에 따라 적절히 배분됐다. 분기별로 가족끼리 야유회를 갈 정도로 돈독했다. 하지만 외부 위탁운영 방식에서 공동투자자 1명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운영에 직접 참여한 공동투자자에게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해줘야 하는 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직접 운영자는 투자금액에 따른 수익 배분 이외에 자신의 인건비로 적지 않은 금액을 별도로 배정해 주기를 요구했다. 요구대로 들어주다 보니 위탁경영보다 운영비용이 15% 더 들었다. 직접 운영자는 “공실(빈방)이 크게 줄어들고 깨끗한 건물관리로 이미지가 좋아진 점을 고려하면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기여분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다른 공동 투자자들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수익이 줄어들자 불만이 커졌다. 직접 운영자가 자신의 기여분에 대해 너무 많은 보상을 가져간다는 불만이었다. 그 뒤로는 사소한 운영문제를 놓고서도 사사건건 대립했다. 결국 공동투자 2년 만에 건물을 매각하고 청산했다.

이처럼 주위를 둘러보면 공동 투자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분쟁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자신의 역할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상대방의 역할은 낮게 평가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심리학적으로 이를 ‘자기중심적 귀인(attribution)’이라고 한다. 귀인은 어떤 사건의 일어난 원인을 찾는 과정이다. 자기중심적 귀인은 결국 말 그대로 사건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성공하면 내 탓, 실패하면 상황 탓’도 결국 자기중심적 귀인의 또 다른 표현이다. 내가 성공한 것은 내가 땀 흘린 결과이지만 실패한 것은 상황이 받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요즘도 ‘기획부동산’업체에서 관리지역 땅을 지분등기(여러 명이 한 필지의 땅을 공동으로 소유권 등기하는 방식)로 파는 경우를 많이 본다. 제주도나 강원도 일대 중국인 관광 수요에 맞춰 공급되는 분양형 호텔도 지분등기인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분양받은 호텔에서 구체적인 객실 호수가 없고 지분만 표시돼 있다.

사실 지분등기를 한다는 것은 비자발적인 공동투자나 다름없다. 개발하기 위해서는 지분 투자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분등기 형태의 부동산은 나중에 팔고 싶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환금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친한 사람들끼리 한 공동투자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는데, 생면부지의 사람과 공동투자를 해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것은 사막의 신기루를 좇는 일만큼 비현실적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