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국내 기업 최초로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현대차는 지난 13~15일 말레이시아 세팡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2019 WTCR' 최종전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WTCR 원년 대회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이자 앞서 WRC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에 이은 쾌거다.
두 대회에서 현대차는 각각 'i30 N TCR'과 'i20 쿠페'를 출전시켰다. 두 모델 모두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 라인업이다. 고성능에 심혈을 기울인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뚝심이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 N은 독일 BMW 'M'이나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아우디 'RS'와 같은 고성능 특화 차량 브랜드로 2015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출범이 공식화됐다.
N은 현대차의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가 위치한 '남양(Namyang)'과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주행 코스로 악명 높은 독일의 '뉘르부르크링(Nurburgring)' 트랙의 맨 앞 영문 스펠링 'N'을 의미한다. 모든 고성능 N 모델은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고성능 전문가들에 의해 설계돼 뉘르부르크링에서의 검증과 단련을 통해 만들어진다.
로고에도 고성능의 의미가 담겨 있다. N 로고는 레이스 트랙에서 기회의 코너로 불리는 '씨케인(chicane)'의 형상에서 유래됐다. 씨케인은 와인딩 로드, 즉 연속된 코너로 이뤄진 도로의 형태를 뜻한다. 로고에는 와인딩 로드에서 가장 짜릿함이 넘치는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N의 개발 의지가 담겼다.
처음에 현대차가 고성능 브랜드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시장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섞인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고성능 버전은 중형급은 물론 소형급에도 최고 출력이 400~500마력, 토크가 50~60kg.m에 달하는 트윈터보 엔진과 이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차체 제작 기술을 보유해야 하는데, 현대차에 그러한 기술력이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는 100년에 이르는 역사를 거치면서 월등히 앞선 엔진, 파워트레인 개발 기술을 축적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권위의 레이싱 대회 F1에서 고성능 기술 시연을 거쳐 양산 차량에 접목했다.
자동차 업계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정 수석부회장은 고성능 차량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2014년 BMW M 사업부문 연구소장 출신인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사장을 전격 영입, 남양연구소에 별도의 고성능차량 개발팀을 신설하고 수장으로 앉혔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5년만에 WRC와 WTCR에서 잇따라 성과를 냈다.
현대차에 따르면 N은 모터스포츠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이는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즉각적으로 정확하게 반응하는 N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모터스포츠 세계를 경험하며 획득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N 모델 개발에 반영한다.
현재 남양연구소 연구개발본부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현대차 고성능 N은 모터스포츠 세계에서 축적한 경험을 통해 스릴과 감성적 즐거움을 추구한다"며 "고성능 N 모델들은 뛰어난 주행 성능을 바탕으로, 레이스 트랙에서 느낄 수 있는 드라이빙 본연의 재미를 일상에서도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N과 모터스포츠 부문 수장을 맡고 있는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차 상품본부장 부사장은 "WTCR 드라이버 부문 종합 우승은 전 세계 모터스포츠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성공적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현대차는 "i30 N TCR이 아우디, 폭스바겐, 혼다 등 기존의 강력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더 뛰어난 성능을 지녔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