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종부세 3배 발언 이어 "부동산 정책 권한 달라"…"지옥철 9호선이나 신경 써라"

입력 2019-12-20 13:42
수정 2019-12-20 14:14


박원순 서울시장은 부동산 세제 등을 강화 목소리에 이어 지방정부가 정책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박 시장은 20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새아침'과 전화 인터뷰에서 "실제 임대료나 집값 상승 문제는 서울이나 지방정부가 빠삭하게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권한이 주어진다면 시민주거안정을 위해 전세 최소 거주기간을 5년으로 늘리고, 임대료 인상 상한선도 도입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대부분의 부동산 정책은 중앙정부가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서 "적어도 임대차 권한이라도 지방정부에서 맡아 부동산을 안정화 시킬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일일이 다하기 힘들면 지방정부가 맞춤형으로 적절한 시기에 조치할 수 있다"면서 "2015년부터 국회에 부동산 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전세 임차인의 실 거주기간은 3년 정도에 불과하다"며 "서울시에 권한이 있다면 계약 갱신권을 도입해 최소 거주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임대료 인상 상한률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집값이 대폭 오른 독일 베를린의 경우 임대료를 5년간 동결했는데, 서울 역시 이 방법으로 시민들의 주거권 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자유한국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당은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고 재건축·재개발을 정상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시장은 황 대표의 이같은 발언을 언급하며 "황 대표의 인식은 과거 토건 시대에 머물러 있다. 공부 좀 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근혜 시절’에 ‘빚내서 집 사라’며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무분별한 부동산 정책을 폈고, 이게 부동산 가격 앙등으로 이어져 투기 세력의 배를 채웠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생겨났다"며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총리였던 시절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을 사려는 사람의 기회를 막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부동산 투기해서 큰돈 버는 사람은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 국민 90% 이상과는 상관이 없다"며 "강남 부동산 가격이 10억원씩 오르는데도 세금(종부세)은 130만원만 내면 대다수 사람은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원순 "종부세 지금의 3배 정도 되는 것이 적절하다"

박 시장은 18일에는 "현재 한국 종합부동산세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3분의 1 정도인 0.16%에 불과하다"며 "지금의 3배 정도 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정책을 발표)해도 효과가 없으니까 내성이 생긴다고 한다. 충격이 필요하다"면서 "이것(종부세 인상)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있다면 단계적으로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급을 늘려 가격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에 부동산 공급은 이미 충분하며 시장 논리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주택 공급은 지속해서 확대됐는데 자가 보유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공급 사이드는 (문제가) 아니다"며 "시장에만 맡기면 훨씬 더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17일에는 ‘부동산 국민 공유제’를 도입해 부동산 투기를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동산 세입을 늘려 이를 재원으로 국가가 토지나 건물을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동산 세제를 지금 수준의 3배까지 강화해야 하며, 지방 정부에 부동산 정책 권한을 이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한국당은 박 시장이 계속해 부동산 정책에 말 폭탄을 쏟아 붓고 있는데 대해 "박 시장의 말의 핵심은 세금 폭탄이다. 종부세를 3배나 올려 그 돈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32만 가구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 한국당 "집 가진 게 죄인가. 왜 벌금같은 세금 매기나"

송재욱 한국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집값이 그냥 올랐나? 시장논리를 외면한 좌파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강남 집값을 들썩이게 하고 여의도 통 개발 발언으로 멀쩡한 지역 부동산을 요동치게 한 게 누구인가"라며 "집 가진 게 죄 인양 벌금 같은 세금을 매겨 시장을 두드려 잡겠다는 심보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돈 없는 사람들은 집 사지 말라고 한다. 왜 맨날 중산층과 서민은 좌파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희생양만 되어야 하나"라고 꼬집었다.

송 부대변인은 "좌파의 어설픈 정책실험으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는 통에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라며 "박 시장은 엉뚱한 세금폭탄으로 시민들 가슴에 대못 박지 말고 시민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나 안전한 투자처를 먼저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이 이처럼 연일 과격한 부동산 정책을 제안하며 존재감 높이기에 열을 올리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권 주자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시도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서울시민 한 모(42) 씨 는 출근길 비명과 욕설이 난무하는 지옥철 9호선 정책에 대해 즉각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박 시장에 대해 "하라는 인프라 투자는 안하고 9호선 지옥철로 만든 분이 아파트 공급이 충분하다고 시장에 맡겨놓으면 난장판이 된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면서 "난장판이 된 9호선은 보이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