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라 지난 17일부터 초고가 아파트(시가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전격 금지한 데 이어 다음주부터는 고가주택(시가 9억원 초과)에 대한 대출을 본격적으로 조인다. 오는 23일부터 서울 전역을 비롯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이 넘는 집을 사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확 줄어든다. 담보인정비율(LTV)이 낮아지고,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도 추가되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라고 해도 무리해서 고가주택을 사지 말라는 게 정부가 보내는 신호다.
개인 단위 DSR 규제 첫 도입
우선 9억원 초과분에 대한 LTV가 40%에서 20%로 차등 적용된다. 예를 들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14억원짜리 주택은 지금까지 집값의 40%인 5억6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다. 23일부터는 최대 4억6000만원(9억원의 40%+5억원의 20%)으로 한도가 낮아진다.
이와 동시에 개인별 DSR이 40%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제가 적용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자동차할부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금융회사 관리지표로만 쓰던 DSR을 개인에게 도입한 것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을 활용해 주택 구입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서다.
서울 아파트 21% ‘9억~15억원’
DSR은 개인 소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40% 규제의 영향을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예컨대 연소득 1억원이고 신용대출을 1억5000만원 쓰고 있는 사람이 집을 한 채 산다고 가정하면,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종전에 비해 33% 줄어든다. 기존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40%를 적용해 총 7억1000만원(신용 1억5000만원+주택담보 5억6000만원)을 빌릴 수 있었다. 23일부터 DSR 40%가 적용되면 총 4억7000만원(신용 1억5000만원+주택담보 3억20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차주별 DSR 규제는 23일부터 9억원 초과 주택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부터 적용된다”며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의 신용대출이 막히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새 규제는 주택구입자금과 생활안정자금 등 용도에 관계없이 일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에서 시가 9억~15억원인 아파트는 전체의 21.5%를 차지한다. 성동구(56.1%) 광진구(52.9%) 중구(46.1%) 마포구(45.4%) 용산구(45.2%) 등 강북에 몰려 있다. 경기 지역에선 3.2%가 해당되며 분당·판교신도시 쪽에 많았다.
월요일부터 창구 혼란 우려
예고 없이 발표된 고강도 대출 규제로 인한 혼란이 다음주부터 은행 대출창구 곳곳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20일 은행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12·16 부동산 대책 관련 대출 규제의 세부 내용을 설명했다.
당국은 18일부터 신규 구입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소재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도 금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17일 이전까지 매매 계약과 계약금(10% 이상) 납입을 마친 사람은 종전 규정을 적용받는다”며 “향후 전세를 내주고 임차보증금 반환용 대출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