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에 센서·GPS 장착…총소리로 적의 기습 위치 파악

입력 2019-12-19 17:54
수정 2019-12-20 01:04

제2회 육군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총성방향 감지 헬멧’은 야간훈련 중 주변 상황 식별에 애를 먹던 장병들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기존 헬멧으로는 전투 중 적의 기습을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착안했다.

총성방향감지 헬멧에는 사운드 센서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칩 등이 내장돼 있다. 사운드 센서로 소리를 더 크게 들을 수 있고, GPS 칩으로 총성의 방향을 감지할 수 있다.

비슷한 헬멧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해군특수전단(UDT) 등 일부 부대에서는 미국에서 제작한 특수 전투용 헬멧을 쓰고 있다.

워낙 무거운 데다 비싸 일반 장병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총성방향감지 헬멧은 국내 자체 제작을 통해 특수장비 가격을 대폭 낮추겠다는 꿈이 반영돼 있다.

이 아이디어를 낸 건 27사단 27·78연대에 소속된 ‘구구닷’ 팀이다. 팀원인 노윤석 상병(30)과 나용준 하사(23)는 야간훈련 후 취침을 하면서 이 같은 아이디어를 처음 공유했다.

김 상병은 “야간훈련 때 주변이 워낙 어둡다 보니 상황 판단에 애를 먹은 적이 많았다”며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스마트 헬멧’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나눈 것이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김동인 상병(27)이 육군 창업경진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세 사람은 약 한 달에 걸쳐 스마트 헬멧의 모델을 구체화했다. 다양한 의견을 나눈 끝에 지금의 총성방향감지 헬멧 아이디어가 완성됐다.

구구닷 팀은 총성방향감지 헬멧이 다른 용도로도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상병은 “시작은 군대용이지만 다양한 변형을 통해 자전거용 헬멧이나 전동킥보드용 헬멧으로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