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사진)의 표창장 위조 사건과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 사건 관련 재판에서 검찰과 재판부가 또다시 충돌했다. ‘공판 조서 허위 기재’에 대한 구두 변론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재판장과 변론을 요청하는 검찰 사이에서 고성까지 오갔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 심리로 열린 정 교수 관련 사건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에선 재판부와 검찰이 설전을 벌이고, 정 교수 변호인 측이 재판부를 옹호하는 이례적인 풍경이 벌어졌다.
검찰은 지난 10일 열린 제3회 공판준비기일 조서가 허위로 작성됐다며 이에 대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이날 재판에서 구두로 설명할 계획이었다. 제3차 공판기일 조서에 따르면 재판장의 공소장 변경 신청 불허 결정에 대해 “소송관계인은 별 의견이 없다고 진술”이라고 적시됐다. 공소장 변경 불허 결정에 즉각 이의를 제기한 검찰은 재판부가 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검사 4~5명이 번갈아 자리에서 일어나 “의견 진술 기회를 달라”고 계속 요청했지만 송인권 부장판사는 “검사님 앉으시죠” “몇 번 얘기하나요. 앉으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검사는 “전대미문의 편파적인 재판을 하고 계시다”며 “검찰엔 실물화상기를 띄울 기회도 안 주고 조서에는 ‘별 의견이 없다’고 썼는데, 이는 명백한 허위”라고 말했다. 강백신 부부장검사가 “이 소송 지휘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하자, 송 부장판사는 곧바로 “기각하겠다”며 말을 끊었다. ‘무슨 내용의 이의인지도 듣지 않느냐’는 검찰의 항의에 재판부는 “앉으라”고 했다.
재판부는 대신 정 교수 변호인 측에 “변호인 측 의견서의 영장 관련 부분을 말씀해달라”거나 “14쪽 뒷부분을 읽어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내용은 주로 기소 후 압수수색으로 수집한 증거의 능력이 없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검찰은 향후 재판 기피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례적인 재판 진행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재판장은 의견서를 내면 구두 진술을 하겠느냐고 묻기 마련인데 이를 듣지 않는 것은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30년 동안 재판을 해왔지만 이런(검찰이 재판부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재판은 본 적이 없다”며 검찰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날은 공판기일이 아니기 때문에 피고인은 출석 의무가 없으며 정 교수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안대규/남정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