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적으로 착각했다. 너무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했다."
NHN이 개발한 국산 인공지능(AI) 바둑 '한돌'과의 호선에서 불계패한 이세돌 9단은 경기가 끝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내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터뷰 도중 가볍게 탄식하는가 하면 말이 잠깐잠깐 끊기기도 했다. 대국이 끝난 후 경기장에서 30여분간 복기를 이어가는 이 9단의 모습이 아쉬운 마음을 대변했다.
이 9단은 19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제2국에서 서로 동등하게 겨루는 호선으로 대결을 펼쳤으나 122수 만에 불계패했다.
그는 "패배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질 수 있는 싸움이었다. 아쉬운 것은 초반에 너무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쉽게 패배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국은 이 9단이 '돌 가리기' 끝에 흑을 잡고 시작했다. 한돌이 좌측 상단에 둔 30수 다음인 31수와 33수에서 이 9단이 실수를 저질렀다. 이후 급격하게 한돌 쪽으로 승률이 기울었다. 이 9단은 고개를 젓고 얼굴에 손을 올리는 등 불리한 형세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 보였지만 반전 기회는 오지 않았다.
현장에서 해설하던 조인선 바둑 국가대표 코치는 "이 9단이 버틸줄 알았는데 패배를 선언했다. 초반 실점이 컸다"면서 "34번째 수 뒤로는 대국이 끝날 때까지 이 9단의 승률이 10% 이하로 유지됐다. 31수와 33수가 결정적 패인이 됐다고 보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이 9단은 오는 21일 고향인 전남 신안에서 마지막 대국에 임한다. 이날 이 9단의 패배로 3국 대결은 다시 접바둑으로 펼쳐진다. 전날 1국 접바둑에서 불계승을 거둔 이 9단은 "한돌은 아직 접바둑에선 완성이 덜 됐다는 생각이 든다. 3국은 진짜 마지막이니 지더라도 이세돌답게 가겠다"고 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