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보낼 땐 언제고 집 팔라니"…'12·16 대책' 유탄 맞은 관가

입력 2019-12-19 17:40
수정 2019-12-20 09:12

지난 1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도 한 채만 빼고 처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발언에 세종시 관가가 발칵 뒤집혔다. 정부가 주택 매도 여부를 고위공무원단(1~3급) 인사에 반영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면서 ‘다주택자 공무원’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가장 동요가 심한 건 1급 승진을 바라보는 국·과장들이다. 홍 부총리 발언의 주 타깃인 장·차관과 실장급 공무원은 국회 일정 등으로 세종보다 서울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만큼 세종에 집을 따로 보유한 사람이 드물다.

반면 국·과장급 공무원 중 상당수는 2012년 정부 부처들이 세종으로 이전한 뒤 울며 겨자 먹기로 직장 근처에 집을 새로 마련했다. 이들 중 원래 살던 집을 처분하지 않은 사람은 꼼짝없이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보유자’로 분류된다.

한 경제 부처 국장은 “1급으로 승진하려면 눈치껏 집을 팔라는 얘기로 들린다”며 “세종 체류 시간을 늘리라고 그렇게 강조하면서 수도권과 세종에 집이 있는 공무원은 집을 팔라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지역 부동산 시장도 덩달아 술렁이고 있다. 지역 육아 정보 커뮤니티 등에서는 홍 부총리 발언이 나온 이날부터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 세종시 부동산 경기도 고꾸라질 것”이라는 게시물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세종시 어진동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세종시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었다는 시각이 많다”며 “공무원들이 집을 내놓기 시작하면 지역 부동산 경기가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작 홍 부총리가 겨냥한 1급 이상 공무원은 큰 동요가 없는 눈치다. ‘출구 전략’을 이미 세워놓은 이들이 많아서다. 한 고위 공무원은 “부동산 대책 발표 1주일 전쯤 청와대에서 고위 공직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재산 상황을 확인하고 ‘되도록이면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했다”며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나오겠구나 싶었다”고 귀띔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조용히 눈치를 보는 사람도 많다. 한 부처 실장급 인사는 “홍 부총리 발언은 일종의 선언일 뿐”이라며 “직을 유지하겠다고 서울 집을 팔면 가족들이 살 곳이 없다”고 했다. 다른 부처 고위 공무원은 “유산 상속이나 공동명의 등으로 불가피하게 2주택자로 분류됐기 때문에 집을 팔지 않을 것”이라며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미 소명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