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실상 '엄마 숙제' 과제형 수행평가 없앤다

입력 2019-12-19 14:25
수정 2019-12-20 17:43
교육부가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과제형 수행평가를 폐지하기로 했다. 과중한 수행평가에 허덕이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과제형 수행평가는 사실상 ‘엄마 숙제’로 불려왔다는 점에서 학부모가 학교생활기록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교육부는 관련 훈령을 개정해 내년 1학기부터 수행평가를 ‘수업시간 내 평가’로 한정한다는 계획이다.


수행평가, ‘수업시간 내 평가’로 한정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훈령)’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서는 ‘수행평가’의 용어 정의에 ‘교과 수업시간에’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앞으로 수행평가는 ‘교과 담당교사가 교과 수업시간에 학습자들의 학습과제 수행 과정 및 결과를 직접 관찰하고, 그 관찰 결과를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평가 방법’으로 재정의된다. 즉 수행평가는 수업시간에만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중·고교 평가 운영 방식에는 ‘정규 교육과정 외에 학생이 수행한 결과물에 대해 점수를 부여하는 과제형 수행평가는 실시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학생들의 방과후 학업 부담을 늘리고, 수행평가 대비 전문학원까지 양산했던 과제형 수행평가가 폐지되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규 수업시간이 끝나고 준비해야 하는 과제형 수행평가가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과도하게 늘렸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훈령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며 “수행평가가 수업시간에만 이뤄지면 평가의 공정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업 부담 줄고, 학생부 신뢰 올라갈 듯

최근 일선 학교에선 학생의 수업 참여도를 높이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다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지필평가 대신 수행평가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였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수행평가 등 과정 중심 평가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수행평가 비중이 커질수록 학부모와 학생들이 지게 되는 학업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서울 강남 대치동 일대에선 미술과 음악 등 예체능 과목 수행평가를 전문적으로 대비해주는 학원이 성행하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중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전모씨(46)는 “아이가 학교에서 내준 수행평가를 하느라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며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발표하는 것부터 동영상 제작까지 중학생이 하기엔 벅찬 과제가 많아 남편까지 동원해 온가족이 밤을 새워 수행평가를 준비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6월에는 자신을 20년차 교사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이 “학생들이 과도한 수행평가 준비로 인해 반 혼수상태로 학교생활을 한다”며 수행평가를 축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이 청원은 한 달 만에 9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훈령을 고쳐 과제형 수행평가를 폐지하고, 수행평가를 교과 수업시간 내 평가로 한정하면 학부모와 학생이 느끼는 학업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신뢰도와 공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수행평가가 수업시간에만 이뤄지면 평가에 개입되는 학부모와 사교육의 영향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