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우주개발사업, 도전정신이 알파요 오메가다

입력 2019-12-18 18:33
수정 2019-12-19 00:12
우주개발 활동이 과거 몇몇 국가에서 70여 개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와 함께 민간기업이 적극 참여하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 또한 개막되고 있다. 한국도 우주개발사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주최로 우주청 신설 필요성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누리호 우주발사체 개발사업이나 달 탐사사업과 같이 국가우주개발사업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수요 부처도 증가하고 있다.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우주개발사업 총괄 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두고 집중 토론했다. 우주개발사업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 대부분 제조산업은 대량생산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반면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우주선 개발 같은 우주개발사업은 대량생산체제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마치 예술가가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목표로 하는 개발품을 완성하기 위해 오랜 기간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우주개발사업을 대표적인 ‘모험사업’이라고 하는 이유다.

최근 원웹(OneWeb)이나 스타링크(Starlink) 위성사업의 등장으로 인공위성 제조에도 대량생산체제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우주개발사업은 목표로 설정한 개발품을 완성하기 위해 3년 넘는 기간 동안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한국에서도 연구사업을 제외한 국가우주개발사업은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주개발사업의 특징은 복제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있다. 새로운 것은 쉽게 얻어질까? 아니다. 온갖 어려움이 뒤따른다. 따라서 우주개발사업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도전정신을 품지 않고는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도전정신과 더불어 요구되는 것이 사업의 성공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동시에 투입된 예산과 노력이 헛돼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국가우주개발사업은 도전정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까 하는 대응책을 강구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 과정의 철저한 관리다. 개발 일정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발 과정 관리의 핵심은 무엇일까? 단계별 검증이다. 전체 개발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현 단계에서 이룬 개발 결과를 철저히 검증하도록 하는 것이다. 검증 없이는 다음 단계로 못 간다. 검증 과정은 방위산업의 검증 절차와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이다. 공산품에 적용하는 검증으로는 우주기술 검증이 가장 엄격하다.

우주개발사업은 이런 검증 과정을 거쳐 추진되기 때문에 많은 경우 최초에 설정된 개발 일정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한국이 추진했던 거의 모든 국가우주개발사업이 계획한 일정 내에 완수하지 못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유럽 등 우주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최선의 노력을 전제로 한 개발 일정 지연에는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일정을 맞추는 것을 너무 강요하다 보면 철저한 검증에 소홀할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도전보다는 성공이 보장되는 기존 기술에 의지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나로호 우주발사체와 다목적 실용위성 개발 과정을 돌이켜보면 개발 일정이 지연되고 발사에 실패했을 때도 많은 국민은 사업을 중단 없이 계속하기를 바랐다. 내년 2월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야심차게 개발해온 천리안 2B호가 발사될 예정이다. 2021년에는 한국 최초로 100% 국산화 개발되고 있는 누리호 우주발사체의 발사도 예정돼 있다. 지금까지 개발을 책임진 주관기관이나 기업들이 최선의 노력으로 일정을 맞추고 있어 매우 다행스럽다. 그러나 향후 개발 과정이 순탄하기를 바라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반드시 극복하고 성공시키겠다는 우주개발사업의 기본정신인 도전정신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