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중고가 표준단독주택(시세 12억~15억원) 공시가격을 집중적으로 올려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고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최대 두 배로 올렸다. 이 영향으로 내년에 서울 강남뿐 아니라 동작 마포 성동 등에 있는 중고가 단독주택 보유세가 올해보다 30% 가까이 오를 전망이다.
망원동 표준단독 공시가 21% 상승
국토교통부는 18일 ‘2020년 표준단독(다가구)주택 공시예정가격’에 대한 주민 의견 청취를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서울 한남동 방배동 개포동 홍제동 쌍문동 망원동 등 6개 동에서 총 60가구를 뽑아 공시가격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주로 공시가격 6억~9억원대 단독주택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마포구 망원동의 3층 다가구 주택(대지면적 145㎡) 공시가격은 올해 6억2700만원에서 내년 7억6100만원으로 21% 오른다. 올해 상승률은 13%였다. 올해 6억7200만원이던 서대문구 홍제동 3층짜리 다가구주택(202㎡) 공시가격은 내년 18% 오른 7억9000만원이 된다. 이 주택의 올해 공시가 상승률은 8%에 그쳤다.
비슷한 가격대에서도 동네에 따라 공시가 상승률이 들쭉날쭉하다. 올해 7억2900만원인 연남동 2층 다가구주택(122㎡) 공시가격은 내년 8억2200만원으로 13% 오른다. 반면 홍제동의 한 주택은 올해 7억원에서 내년 7억4700만원으로 7% 상승하는 데 그친다.
15억원 이상 고가 표준단독주택의 상승률은 대부분 2~3%대에 그친다. 용산구 한남동 2층 단독주택(790㎡)은 올해 93억3000만원에서 내년 95억700만원으로 2% 오른다. 올해 공시가격은 지난해(60억원) 대비 56% 뛰었다. 서초구 방배동 2층 단독주택(233㎡)도 올해 16억원으로 작년(10억4000만원) 대비 54% 올랐지만 내년에는 16억8300만원으로 5% 오르는 데 그친다.
국토부가 밝힌 내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을 봐도 중고가 주택의 공시가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상승률을 보면 시세 12억~15억원(공시가 6억~9억원)대가 10.1%로 가장 높다. 이어 9억~12억원 7.9%, 15억~30억원 7.5% 순이다. 서울 단독주택의 평균 시세는 6억5000만원 수준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5억원 이상 고가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목표 현실화율(55%)과 비슷해졌기 때문에 내년에는 크게 오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올해 가장 비싼 표준단독주택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용산구 한남동 자택(1758㎡)이다. 내년 예정 공시가격은 277억1000만원으로 전년 270억원보다 7억1000만(2.6%) 오른다. 2위는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의 강남구 삼성동 자택(1033.7㎡)으로 공시가격이 178억8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중고가 주택 보유세 ‘껑충’
보유세는 중고가 주택부터 중저가 주택까지 모두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보유세 상한(전년 대비 150%) 때문에 작년에 덜 오른 부분이 올해 보유세에 반영되는 까닭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보유세(1주택자, 만 59세 미만, 5년 미만 보유)를 계산한 결과, 공시가 6억~9억원대 주택의 보유세는 30%가량 치솟는다. 공시가 7억6100만원인 망원동의 한 주택 보유세는 올해 149만원에서 내년 190만원으로 27% 늘어난다. 5억8900만원짜리 연남동 단독주택 보유자도 올해(96만원)보다 27.3% 늘어난 122만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고가 주택은 내년 보유세가 올해와 마찬가지로 상한선(50%) 가까이 오른다. 공시가격이 19억5600만원인 방배동의 한 주택 보유세는 내년 925만원으로, 올해(657만원)보다 44.9% 급증한다. 한남동의 79억9600만원짜리 초고가 주택 보유세도 올해(5877만원)보다 48.2% 늘어난 8707만원에 이른다.
앞으로 보유세 부담은 이보다 더 가중될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계속 오를 예정이어서다. 국토부는 내년에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공시가격의 최종 현실화율 목표치와 도달기간 등을 밝힐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공시가 현실화에 앞서 공시가격 산정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시업무를 맡은 감정원 직원 중 감정평가사는 200명 정도인데, 이들 인력으로 표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1339만 가구의 공시가를 산정하는 게 문제”라며 “허위 신고, 가족 간 거래 등이 섞여 있어 실거래가만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