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300만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여럿 나올 것입니다.”
20대 국회 초반이었던 2016년 12월 28일 시민단체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운동네트워크’의 최재관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최 대표의 말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모두 34개다. 등록 정당 수 기준으로 19대 총선을 5개월 앞둔 2011년 11월 21개, 2015년 11월 19개보다 많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인 올해 7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중앙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한 정당은 11개에 달했다. 이 중엔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모인 소상공인당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법 개정 특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군소 정당의 원내 진입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정치권은 개정된 선거법으로 내년 21대 총선이 치러지면 농민당과 같이 각종 이익·직능단체를 대변하는 정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지난달 ‘선거제 개혁을 위한 여의도 불꽃집회’에서 “선거제도가 바뀌면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청년당, 소상공인당, 농민당 등이 ‘페이퍼 정당’이 아니라 정치적 실체를 가지고 대한민국 정치를 송두리째 바꿀 힘으로 일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최소 10개 정당이 원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평화당은 아예 이익단체나 시민단체의 창당을 지원하는가 하면, 이들 단체와의 연대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정 대표는 새로 창당하는 정당과 연합해 제3진영을 통합하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소수 정당이 난립할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 득표율 기준이 3%라는 점은 일종의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신당들이 독자 세력을 구축하기보다 특정 정당과 연합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치적 지향점도 없이 이익단체의 요구 관철을 조건으로 이합집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