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반도체 최강자' 인텔은 AI기업으로 변신 중

입력 2019-12-18 14:44
수정 2019-12-18 14:45

50년 넘게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서 패권을 잡았던 인텔이 빠르게 인공지능(AI)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최신 제품에 AI 성능을 강화하는 한편 AI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시장우위를 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인텔코리아는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테크놀로지 오픈하우스'를 열고 10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플랫폼인 아이스레이크와 코멧레이크를 소개했다. 세계 CPU 업계를 주도하는 인텔이 최신기술 동향을 설명하는 성격의 행사다.

인텔은 최근 CPU 제품에서 고성능 컴퓨팅에 적합한 AI 칩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선보인 아이스레이크는 최대 4코어 8쓰레드로 구성된 10나노 공정 기반 프로세서로 최신 버전 그래픽을 탑재해 얇으면서도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고 인텔은 설명했다.

앨런 첸 인텔 세일즈마케팅 룹 세일즈 스페셜리스트는 "인텔의 CPU는 AI 애플리케이션(앱) 운영 환경에서 경쟁사 대비 13배 이상의 우월한 성능을 보인다. AI 분야에 상당히 강점을 지닌 칩"이라고 강조했다.

최원혁 인텔코리아 상무도 "아이스레이크 시리즈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경험과 함께 AI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AI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인텔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AI 관련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이스라엘 AI 기업 '하바나랩스'를 2조3384억원에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50년 넘게 CPU 강자로 자리매김했음에도 인텔은 AI 칩에선 경쟁사인 엔비디아에 크게 밀린다는 평가가 주류였다. 하바나랩스 인수는 이같은 세간의 평가를 뒤집으려는 인텔의 승부수다.

하바나랩스는 지난해 추론프로세싱 역할을 하는 AI 칩 '고야'를 내놨으며 이 칩은 경쟁사인 엔비디아보다 3배 뛰어난 성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바나랩스가 올 6월 내놓은 AI 훈련용 반도체 '가우디'는 기록적 성능 구현으로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하바나는 "(가우디 활용 시) 같은 수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된 시스템 대비 4배 빠른 연산 처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텔이 하바나랩스 인수를 통해 약점을 보완했다는 분석. 하바나랩스를 통해 데이터센터용 AI 제품을 강화하면서 최근 정체를 겪고 있는 PC용 CPU 매출도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PC용 반도체의 절대 강자였던 인텔이 2위인 삼성전자와 점유율 차이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약화된 게 배경이 됐다. 또 모바일 반도체에서는 미국 퀄컴이나 영국 ARM 등 경쟁 업체에 크게 밀리고 있으며, AI 칩에선 엔비디아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텔은 2013년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전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하면서 AI, 자율주행차 등 AI 반도체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2015년 사물인터넷(IoT)·자동차 반도체 기업 알테라를 18조6600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AI 기업 네르바, AI 반도체 기술기업 모비디우스를 잇따라 인수한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