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사진)는 스스로를 ‘기계밥 먹는 현장 엔지니어’라고 소개한다. 대학에서 기계설계학을 전공한 뒤 한국야금 대원정밀 등에서 약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2010년 창업했다. 기계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데 익숙한 현장 체질이지만 주물·금형·도금 등 뿌리산업 제조업체 현장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엔지니어다.
그는 독일이나 일본산 정밀금형 및 자동화 기기 부품들을 하나씩 국산화하면서 2차전지에 주목했다. 2009년 2차전지의 양·음극을 구분하는 박판필름에 탭 형상을 타발(프레스로 가공)하는 기기(노칭몰드)를 국산화했다. 이듬해 2차전지 양·음극재 원단 롤을 일정한 폭으로 자르는 절단기(슬리터 나이프 유닛)와 전극을 감아주는 기기(프릭션 샤프트)도 각각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리드탭이다. 2차전지에서 외부로 전기를 입출력하는 전극 단자를 가리키는 데 2014년 국산화에 성공했다.
성장동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이다. 이 회사의 연구비 비중은 매출 대비 평균 11%다. 2차전지와 관련된 10여 건의 특허 중 올해만 4건을 새로 등록했다. 이 대표는 “3년 전만 해도 일본 스미토모가 전 세계 리드탭 시장의 80%를 차지했는데 지금은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유진테크놀로지의 점유율(1%)은 미미하지만 내년부터 폴란드 공장을 통해 비약적인 판매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은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으로 LG화학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무작정 은행을 찾아 경매에 나온 현재 공장을 매입한 이 대표는 회사의 견조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2016~2018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35%에 달했다. 지난해 매출 244억원(영업이익 13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도 130억원 이상의 수출을 바탕으로 연 매출 290억원(3분기까지 누적 195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2016년 77명이었던 직원 수는 올해 98명까지 늘었다. 2015년 이후 미국 중국 폴란드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충북 청주에 본사와 1·2공장을 둔 유진테크놀로지는 최근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확보한 70여억원의 자금으로 내년에 생산시설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본사도 청주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로 이전한다.
청주=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