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부터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재료로 상승을 본격화한 주가는 조금씩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완화적 자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전쟁이 잦아들고, 브렉시트도 1월말까지 해결될 분위기인 만큼 당장 이런 상승세를 막아설 걸림돌은 많지 않아보입니다.
월가에서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얘기가 많습니다.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Fed가 '양적완화(QE)가 아닌 QE'를 통해 돈을 풀고 있는 상황인만큼 내년 1분기, 좀 길게보면 상반기까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엔 미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 등으로 인해 조정 혹은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이른바 '상고하저'가 펼쳐질 것이란 얘기입니다.
만약 내년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의 좌파 후보가 당선된다면 폭락장이 연출될 수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해도 더이상 재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트럼프가 제멋대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 전에 많이 오른 주식을 정리해야한다는 주장도 여러번 들었습니다.
오늘 만난 월가의 증권사 스티펠(Stifel)의 배리 배니스터(Barry Bannister) 주식전략책임자도 이런 류의 얘기를 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30년 이상 월가에서 일해온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의해 여러 번 최고의 주식전략가로 뽑힌 사람입니다.
그의 말을 요약해 전합니다.
지난해 10월5일 Fed가 매파적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고, 이는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스티펠은 헬스케어, 유틸리티, 통신 등 경기방어주를 사라고 추천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방어주는 경기순환주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 10월 우리는 뷰를 바꿨다. 경기순환주로 바꿔탈 것을 추천했다.
당시 Fed는 금리를 세번 인하했을 뿐 아니라 채권 매입을 재개했다. Fed는 양적완화(QE)가 아니라고 했지만 그건 사실상 QE에 가까웠다. 그건 레포 시장의 혼란으로 시작됐지만, 정책의 완전한 전환이었다. 그리고 트럼프도 무역정책에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30년 동안 월가에서 일하면서 시장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격언은 "절대 Fed와 싸우지 말라"는 것이다. Fed를 따르기로 했고 경기순환주로의 전환을 추천한 것이다.
스티펠은 경기순환주 가운데 25개 주식을 추천하고 있다. 모두 같은 비중이다.
이들은 에너지와 금융, 테크 등 세가지 섹터에 걸쳐있다. 현재 48.1인 미국의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우리 예상대로 내년 중반에 52.5까지 오른다면 이들 주식은 내년에 30~40% 수익률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에너지
Fed의 완화적 정책 지속으로 달러가치는 약간 떨어질 것이다. 달러 가치의 하락은 글로벌 경기의 회복을 뜻한다. 그러면 국제유가는 올라갈 것이다. 달러 가치와 국제유가는 연동된다. 올해 달러가 9% 올랐고, 오일은 20% 떨어졌다.
오일 가격이 상승하면 에너지 섹터 주식들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섹터에서는 코너코필립스, EOG리소스, 발레로에너지, 셰브론 등을 추천한다.
②금융
달러 가치가 떨어진다는 건 글로벌 경기 부활을 뜻하며, 수입 물가 상승 등으로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의 채권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지고, 금융사들의 이익은 개선될 것이다. 내년 중반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를 살짝 넘을 것으로 본다.
섹터에서는 찰스슈왑,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이트레이드, 씨티그룹 등을 추천한다.
③테크(기술주)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매출은 전년보다 대폭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마이크론, 인텔 등의 주가는 계속 치솟고 있다.
이들은 프라이싱 파워가 있다. 실적에 비해 주가를 좀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테크에서는 마이크론, 엔비디아, 인텔, 페이팔, 애플 등을 추천한다.
그 밖에 산업(캐터필라, CSX, 디어, 보잉, 유니온퍼시픽), 소재(다우, 프리포트, 듀폰 등) 주식 등도 추천한다.
향후 매크로 변수 중에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달러 가치를 보라고 말하겠다.
달러 가치는 그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미국 경제에는 달러 가치가 내려가는 게 좋다. 그건 글로벌 경기 부활 및 미국에서의 약간의 인플레이션을 뜻한다.
지금 Fed는 자산을 다시 늘리고 있다. 우리는 달러 가치가 올해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한가지 중대 변수가 있다. 우리는 내년에 침체가 올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침체의 원인은 Fed 정책의 실수, 그리고 지정학적인 요인(이란, 무역전쟁, 중국과의 갈등) 등이 될 수 있다고 본다.
50일 이동평균으로 국채 수익률 곡선을 따져보면 1969년 이후 8번 평탄화가 발생했는데 모두 평균 315일 이내에 침체에 들어갔다. 그리고 표준편차는 4개월이다.
8번째는 지난 6월20일에 발생했다. 이는 산술적으로 내년 5월께(±4개월)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강력한 사인이다. 이는 지난해까지 Fed가 지나친 긴축정책을 지속한 탓이 크다. 물론 Fed가 올들어 다시 실수를 인정하고 완화정책으로 돌았지만.
그 때 즈음부터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에서도 이상 사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용 사정도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월 이런 경기 침체의 위험을 봤다. 그리고 2020년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두려워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전쟁을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중국과 무역합의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은 시장의 흐름을 잘 읽는 사람들이다.
지난 50년간 침체의 원인을 따져보면 결국 Fed의 실수, 그리고 오일쇼크가 대다수다. 뭔가 이번에도 온다면 그 둘 중의 하나가 원인이 될 것이다.
우선 Fed는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년짜리 패스를 준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미국 경기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Fed가 좀 더 경제에 자신감을 갖게되는 상황에서 달러 약세와 글로벌 경기 부활 등으로 인해 인플레가 나타날 수 있다. Fed가 만약 금리를 올리게된다면 결정적 실수가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오일쇼크를 내다보는 월가 전문가는 없다. 하지만 달러 가치가 약해지면 오일 가격은 올라갈 것이다. 국제유가가 높아지면 미국의 제재로 원유 수출이 막힌 이란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결국 이란은 사우디 공격 등 지정학적 위기를 부르게 될 것이다.
사우디도 비슷한 입장이다. 아람코의 2조달러 회사 가치를 지키려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선까지 올라줘야한다. 사우디는 내년 중반께 다시 한번 감산을 시도할 수도 있다.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알팔리 석유장관을 경질하고 자기 동생 왕자를 석유장관으로 삼은 이유다.
이란의 위험한 압력과 사우디의 추가 감산, 그리고 달러 약세가 합쳐지면 유가는 급등할 수 있다.
유가 급등은 뉴욕 증시에서 높은 주가수익배율(PE)를 가진 주식과 사치재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셰일업자들은 올해 초부터 투자를 대폭 줄였다. 10년간 누적된 적자로 인해 월가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투자할 자본을 쉽게 조달하기 힘든 상황이다. 감산이나 지정학적 변수가 커진다면 셰일이 가격 안정에 큰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내년 중반부터는 이런 침체 사인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부터는 방어주로 다시 갈아타야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전까지 경기순환주 투자를 통해 30% 정도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