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조작 여부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심화되고 있다. 검찰이 사건이 발생한 당시 윤모씨를 범인으로 최초 지목하는 데 사용된 국과수 감정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가운데 경찰은 17일 “조작이 아니라 ‘중대 오류’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 같은 경찰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재차 반박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윤씨가 범인으로 몰리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됐던 국과수 감정서가 실제 감정을 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감정 결과와 비교 대상의 시료 및 수치가 다르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날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장은 브리핑을 열고 “조작은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의미”라며 “국과수 감정서를 보면 감정인이 대체로 수치를 취사선택하고 조합한 것이기 때문에 없는 걸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과수는) 원자력연구원에서 최종 통보받은 2차 윤씨 음모 수치가 있음에도 이를 배제하고 현장 음모 수치와 더 비슷한 1차 수치를 적용해 감정했다”며 “배제로 당시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의 해명 직후 대검찰청은 즉각 반박 자료를 냈다. 대검은 “그동안 검찰이 입수한 원자력연구원의 감정 자료, 국과수 감정서 등 제반 자료, 관련자 및 전문가들에 대한 조사 결과에 비춰볼 때 (경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국과수가 당시 전혀 다른 일반인의 체모를 감정한 결과를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를 감정한 결과인 것처럼 속였으며, 감정 결과 수치도 가공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검 관계자는 “국과수 직원이 체모 감정서를 조작한 과정과 상세한 내용은 조만간 재심의견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면서 설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을 수사한 담당 검사와 형사 등 8명을 직권남용과 감금 등 혐의로 정식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받지 않지만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인혁/수원=윤상연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