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튿날 서울 부동산 시장은 ‘패닉’이었다. 최근 15억원대에 진입한 서울 마포·용산·성동구 등 이른바 ‘마용성’은 규제 발표 이후 계약취소가 잇따르는 등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이미 20억원대가 넘어간 강남권도 매수세가 얼어붙었다. 갈현1구역 등 새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게 된 강북과 경기 일대 주요 재개발 사업장도 보유자들의 불안감이 커져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17일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마포 등지에선 15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을 차단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매입을 포기하는 수요자들이 등장했다. 마포 아현스타공인 관계자는 “전용 59㎡ 소형 아파트에서 15억원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로 이사하려던 손님이 발표가 나자 ‘거래를 못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주택담보대출이 안 나오면 이사를 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최소 3~6개월 동안 급매물만 소화되는 조정장이 올 가능성을 점쳤다.
강남·서초·송파구 등도 매수세가 크게 위축됐다. 개포동 태양공인의 정지심 대표는 “인근 아파트 가격이 최하 20억원인데 순수 현금만으로 매입이 가능한 사람은 말 그대로 소수의 ‘현금부자’뿐”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다주택자가 10년 보유한 주택에 대해 내년 6월까지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주기로 했지만 매물은 많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반포동 J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 주택을 팔아도 그 돈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상급지가 없다”며 “강남과 수도권, 강남과 강북 등의 물건을 가진 다주택자라면 강남 외의 물건을 정리할 수 있지만 강남 매물을 정리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은평구 동작구 과천시 등 분양가 상한제를 새로 적용받게 된 지역들은 매물이 늘기 시작했다. 갈현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 시공사 선정 문제가 있었던 데다 상한제까지 적용받으면 사업성이 안 좋아진다”며 “매물이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누적으로만 8.97% 급등한 과천시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원문동 O공인 관계자는 “매물을 거둬들였던 집주인이 오늘 다시 팔아달라고 문의했다”고 전했다.
성남시 등 서울 접근성이 나쁘지 않으면서 대출 규제의 사정권을 벗어난 지역은 집값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중원구의 L공인 대표는 “어제 규제 발표 후 매수문의가 빗발쳤다”며 “9억원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오히려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유정/배정철/최다은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