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밤 10시30분 서울 신림동 난곡사거리 방향 남부순환로. 관악경찰서 소속 교통과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시작한 지 6분도 지나지 않아 음주감지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흰색 승용차에서 내린 30대 남성은 “서울대입구에서 회식으로 소주 두세 잔만 마셨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음주감지기로 다시 측정하자 ‘삑’ 소리와 함께 빨간불이 재차 들어왔다.
경찰과 10여 분간 실랑이를 벌인 끝에 음주측정기로 잰 이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7%. 올 6월부터 적용된 ‘제2 윤창호법’(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면허정지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3%를 넘었다. 하지만 이 남성은 면허정지가 아니라 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미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적이 있어 이번 음주운전 적발로 ‘삼진 아웃’이 적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 같으면 훈방 조치 될 수 있었던 수준이지만 제2 윤창호법으로 기준이 엄격해져 면허취소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음주 단속 첫날 서울에서만 31명 적발
서울지방경찰청은 16일 오후 8시부터 17일 오전 3시까지 서울 전역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했다. 올 연말 첫 단속으로 면허정지 16명, 면허취소 15명을 적발했다. 경찰청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는 오는 31일까지를 ‘교통안전 특별기간’으로 정해 20~30분 단위로 장소를 옮기며 전국 동시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지난 주말부터 언론을 통해 연말 음주운전 단속 일정이 대대적으로 홍보됐지만 음주운전 행태는 여전했다.
밤 11시께 흰색 소형 승용차를 탄 홍모씨(25)가 두 번째 음주운전자로 적발됐다. 홍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7%로 면허취소 기준인 0.08%를 훨씬 뛰어넘었다. ‘초보운전’ 문구를 붙인 자신의 차량을 뒤로하고 홍씨는 “소주 서너 잔 마셨는데 봐달라”며 경찰에게 1시간가량 하소연했다. 하지만 경찰은 “실제 소주 한 병 반은 마셔야 나오는 혈중알코올농도”라며 홍씨를 입건했다.
잠시 뒤엔 “5시간 전 강남역 인근에서 와인 한 병을 마셨다”는 50대 남성이 적발됐다.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28%로 면허정지 기준에 가까스로 미달했다. 경찰관은 “다른 장소에서 또 적발되면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 수치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라”며 훈방 조치했다.
올해 음주운전 사고 30% 가까이 줄어
18일은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만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 12월 18일 윤창호법이, 올 6월 제2 윤창호법이 잇따라 시행된 결과 음주운전 단속 건수도 감소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윤창호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올 10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1만245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7% 줄었다. 음주운전 사망자는 105명(33.8%) 줄었다.
일선 경찰들도 음주운전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이날 단속을 한 관악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지난해엔 야간 음주단속을 나가면 하루평균 두세 건 적발했지만 올 들어선 한 건도 없는 날이 많다”며 “오늘처럼 면허정지와 취소를 받은 사례가 두 건이 나온 것은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