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을 낸 신인석 금통위원 외에 다른 한 명이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위원과 함께 대표적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조동철 위원으로 추정된다. 그는 “다음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의견을 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에 따라 다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내년 1월 17일 금통위에서 최소 2명의 ‘금리 인하’ 의견이 나올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론에도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한은이 17일 공개한 지난달 29일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신 위원은 “작년 말부터 시작된 경기·물가 부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좀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 대응이 요구되며 이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경기 부진은 세계 교역 둔화로 수출과 설비투자 지표가 나빠졌고 경제주체의 전반적 기대심리가 악화된 영향”이라며 “0%대로 낮아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오름세로 전환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경기와 물가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사록에 따르면 조 위원도 국내 경기가 어렵다며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 위원은 “물가 상승률 흐름을 고려할 때 연 1.25%인 현재의 기준금리가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거시경제 상황에 맞춰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음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의견을 내겠다는 예고도 했다. 그는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통화정책 결정회의 의결문 취지를 존중하기 위해 인하 시점을 다음 회의(내년 1월 17일 금통위)로 미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민간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공공지출에 의존한 채 미약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내년에도 이 같은 모습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위원은 “구조적으로 저성장·저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경기침체나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통위원들의 견해를 고려해 한은이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실물지표도 반등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내년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