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부동산 대책’이 증시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7일 주요 은행주와 건설주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대출 수요 위축에 따른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축소, 분양가 상한제 도입 확대에 따른 재건축·재개발 사업 위축 등의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은행·건설주 동반 조정
이날 주요 은행주로 구성된 KRX은행지수는 4.96포인트(0.76%) 떨어진 737.55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27.53포인트(1.27%) 오른 2195.68로 거래를 마친 것과 대조적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신한지주(-0.11%) KB금융(-2.24%) 하나금융(-0.40%) 우리금융(-0.84%) 등이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건설주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KRX건설지수가 4.40포인트(0.81%) 내린 535.63으로 마감한 가운데 현대건설(-1.62%) GS건설(-0.16%) 대림산업(-1.43%) 등이 하락세를 보였다.
고가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강제 중단이나 한도 대폭 축소가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만큼 단기적으로 은행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은경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은행의 2020년 경영계획상 가계대출 확대 목표치가 크지는 않지만, 이번 대책으로 추가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대출 수요 위축에 따른 NIM 축소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건설주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분양가 상한제 도입 소식이 나온 후 건설주들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악화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GS건설은 16일 기준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7703억원으로 지난 6월 16일(8926억원)에 비해 13.70% 줄어들었다.
“중장기 회복 가능”
12·16 대책이 단기적으로 은행주·건설주에 모두 악재로 작용해 주가에 충격을 주겠지만 중장기적으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은행주는 적극적인 배당확대 노력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12·16 대책은 부동산 시장 통제라는 측면에선 강도가 세지만, 은행 실적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업종 내에서 안정적인 이익창출 역량이 가장 뛰어나고, 배당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11월부터 12·16 대책 발표 직전 거래일인 지난 13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하나금융(776억원어치 순매수)과 KB금융(451억원)을, 기관투자가는 KB금융(709억원)과 신한지주(605억원)를 각각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건설주도 실적 대폭 악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규제가 아니더라도 국내 수주는 감소 추세였다”며 “해외 수주 기대가 여전히 크고 내년 상반기 해외 개발 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진다는 게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건설주의 밸류에이션 매력도 극대화됐다. 유가증권시장 건설업종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 주가/주당순자산)은 역대 최저 수준인 0.62배까지 떨어졌다.
건자재주는 반사이익 기대를 키우고 있다. 내년 6월까지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이 적용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근거로 꼽힌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재고주택 거래량이 회복되면 리모델링 수요 증가로 한샘 등 인테리어 업체가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고윤상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