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뜻을 지닌 '공명지조(共命之鳥)'가 교수들이 뽑은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
교수신문은 '2019 올해의 사자성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을 한 교수 1,046명 가운데 가장 많은 347명(33%)이 '공명지조'를 선택했다고 15일 밝혔다.
공명조(共命鳥)는 아미타경(阿彌陀經), 잡보장경(雜寶藏經) 등 여러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의 새로, 한 머리가 시기와 질투로 다른 머리에게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였다가 둘다 죽고 만다는 설화 속에 등장한다.
목숨(命)을 공유(共)하는 새(鳥)라는 뜻을 가진 공명조는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신만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된다는 '운명공동체'의 뜻을 갖고 있다. '공명지조'에 이어 '어목혼주(魚目混珠·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인 것을 비유)'와 '반근착절(盤根錯節·복잡하게 얽혀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2위(29%)와 3위(27%)를 차지했다.
공명지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는 교수신문 측에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면서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명지조에 이어 많은 추천을 받은 사자성어는 어목혼주(魚目混珠·300명·29%)였다. '무엇이 물고기눈(어목)인지 무엇이 진주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가짜와 진짜가 섞여있어 구별하지 어려운 상태를 뜻한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현대철학과)는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던 조국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 하나는 어목이거나 진주일 수 있고, 아니면 둘 다 진주이거나 어목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나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올해는 무엇이 진짜 어목이고 진주인지 혼동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뿌리가 많이 내리고 마디가 이리저리 서로 얽혀있다'는 뜻의 '반근착절(盤根錯節)'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한다'는 뜻의 지난이행(知難而行),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처사한다'는 의미의 '독행기시(獨行其是)'도 각각 284표, 277표, 258표를 얻었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해 한국사회를 반영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해 왔다.
2018년 대학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었다. 논어 태백편에 실린 말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전국 대학교수 878명 중 38.8%인 341명이 이 사자성어를 택했다.
2위는 밀운불우(密雲不雨). '구름은 잔뜩 끼었으나 비는 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조건은 갖추어졌으나 아무런 일도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함을 이르는 말'이다.
당시 임중도원에는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정책과 국내 정책에서 난제들을 잘 해결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고, 밀운불우에는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지만 구체적 열매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2017년엔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을 2016년엔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군주민수(君舟民水)’를 그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