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공유 오피스 도입하고 호칭·직급 파괴…'SK의 딥체인지'

입력 2019-12-16 15:45
수정 2019-12-16 15:46

SK그룹은 주요 경영진이 직접 미국을 찾아 글로벌 핵심인재 확보에 나서고 기존 조직은 수평적이며 유연하게 바꾸면서 인재를 관리하고 있다. ‘딥 체인지(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선 인재를 영입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는 SK그룹의 모토에 따른 것이다.

○계열사들 일제히 공유오피스도 도입

SK그룹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 업무공간을 변화시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유오피스’ 도입이다. 공유오피스는 구성원들이 원하는 좌석에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사무실이다. 소통과 협업을 바탕으로 창조적 아이디어 도출과 일 처리 방식의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서울 서린사옥 공유오피스엔 ‘포커스존’이 마련돼 있다. 주로 모니터가 설치된 회의실이다. 각 자리엔 모니터 개수에 따라 싱글 모니터, 듀얼 모니터 등으로 구분돼 있어 업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라운지는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오픈형으로 꾸며졌다. 라운지에도 책상과 의자, 소파를 마련해 미팅뿐 아니라 업무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서로 다른 사업부지만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임직원끼리 같은 구역에서 근무하도록 배치한 ‘펑션존(Function Zone)’도 생겼다.

좌석 및 회의실 예약은 사내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출근 30분 전부터 좌석 예약이 가능하다. 임직원은 필요에 따라 라운지, 싱글·듀얼 모니터 등의 자리를 선택한다. 예약 후 출근하면 예약한 좌석에 전자 명패가 나타난다.

SKC도 지난 3월 서울 본사 5개 층에 스마트오피스를 조성했다. 기존 ‘팀-실-부문’ 단위별 지정좌석제 대신 원하는 자리에 앉아 일하는 공유좌석제를 도입한 것이다. 자리 사이 칸막이를 없애고 공동 업무 공간인 프로젝트룸을 34개로 기존보다 두 배 늘렸다.

SK텔레콤은 올해 2월부터 서울 센트로폴리스빌딩에 ‘5세대(5G) 스마트오피스’를 구축했다. 5G 스마트오피스는 SK텔레콤이 보유한 5G,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보안,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기술을 집약해 시·공간 제약 없이 업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5G 기술로 사람과 공간 디바이스 센서 등을 엮어놓아 홀로그램 입체 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를 원거리에서도 주고받으며 실시간으로 협업이 가능해졌다.

○‘구글형 조직’ 도입

SK그룹은 사내 인재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수평적 소통 문화의 활성화에도 적극 노력 중이다. 올해 하반기 임원 직급을 폐지한 게 대표적이다. 기존의 부사장·전무·상무 등으로 이어지는 위계질서를 없애고 호칭도 본부장·실장 등 직책으로만 부르고 있다.

직급 파괴 바람은 임원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미쳤다. SK이노베이션은 팀장 직책을 없애는 등 팀 조직의 경계를 허물고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애자일 조직을 도입했다. 팀장 대신 PL(Professional Leader)이 단위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하는 식이다. ‘민첩성’을 뜻하는 애자일 형태의 조직은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소규모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문화다. 구글과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기업에서 도입, 변화의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사내 호칭을 직급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방식으로 통일했다. SK텔레콤의 사내 호칭 변경은 2006년 직급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한 이후 12년 만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JP’로 불린다. ‘JP’는 박 사장의 영문 이름인 ‘Jung Park’의 앞 글자만 딴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세대·직위·직군 간 소통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자발적 의견 개진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선임·책임·수석으로 나뉘어 있던 기술사무직 전 직원의 호칭을 TL(Technical Leader, Talented Leader)로 통일했다.

SKC는 2017년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5단계 직위 체계를 폐지하고 ‘매니저’로 통일했다. 직급 체계도 4단계로 줄였다. 이에 따라 빠르면 입사 8년차 과장도 팀장 직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젊은 인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인재 육성의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팀장 후보군에 들려면 평균 17년 이상 근무하며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단계를 거쳐야 했다.

○직접 인재 영입하고 협업 나서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그룹 경영진이 해외로 직접 뛰기도 한다. SK그룹은 2012년부터 매년 미국 동부(뉴저지)와 서부(캘리포니아)에서 ‘SK 글로벌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이 포럼은 에너지·화학,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바이오 등 SK 핵심 성장동력 분야에서 미국 현지의 핵심인재들을 초청해 SK 성장전략을 토론하고 최신기술 및 글로벌 시장 동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동시에 실질적으론 SK그룹의 신산업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글로벌 핵심인재를 발굴해 채용하는 장이기도 하다.

이번 포럼에도 미국 현지 글로벌 기업 엔지니어와 학계 및 연구소 석·박사급 인력 등 다양한 사업 분야의 전문가 300여 명이 참석했는데 이곳에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을 비롯한 SK(주), SK(주) C&C,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실트론, SK바이오팜 등 관계사 임원 50여 명도 참석해 전문가들을 눈여겨봤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