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패션전문직 직원들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 대해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2003년부터 이마트 본사와 상품판매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인 패션전문직은 이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패션전문직은 근속기간도 길고 업무숙련도도 높은데 임금인상률은 낮아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각자 판매사원을 고용해 판매분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 이마트는 2013년 패션부문 판매직 도급사원 1600여 명을 패션전문직으로 전환하면서 경력직이 아닌 신규사원으로 채용했다. 이 때부터 지위가 달라졌다. 고용노동부는 이마트 내 상품 진열 도급사원 등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이마트는 직접 고용 형태인 ‘전문직’으로 채용을 변경했다.
이들은 “이마트에서 일한 모든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달라”며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한 퇴직금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기본급과 직무능력급의 인상을 통해 십수년의 업무경력 등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임금협상시 전문직은 전년대비 11.3% 임금이 오른데 반해 패션전문직은 3% 인상에 머물렀다.
한 노조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못난이) 감자만 신경쓴다. 우리가 감자만도 못한 존재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집회는 지난 6월에 이은 두번째 총 궐기대회며 패션전문직 4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못난이 감자' 비유는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의 부탁으로 정 부회장이 최근 강원 농가에서 버려질 위기에 처한 못난이 감자 30톤을 구매해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상황에 빗대 설명한 것이다.
12일 방송된 SBS ‘맛남의 광장’에서 백종원은 강원도 감자 농가에서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 판매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백종원은 한 농가에서 나온 폐품 감자가 30톤이나 되는 것에 안타까워하다 “마트에서 사면 되겠다”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백종원은 의문의 남성에게 프로그램 취지를 설명한 뒤 “강원도 감자 농가가 있는데 못난이 감자라고 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들이 있다. 휴게소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30톤 정도인데 억지 부탁이긴 하지만 좀 사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남성은 "그러면 힘을 써보겠다, 어떻게 고객들한테 잘 알려서 제 값 받고 팔 수 있게끔 해보겠다"라며 "안 팔리면 제가 다 먹죠"라고 자신감을 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정 부회장이었다.
이후 방송에서는 이마트 배송차량이 못난이 감자를 운반하고 마트에서 강원도 특산품인 양미리와 감자를 판매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이후 '못난이 감자'가 불티나게 팔려나가자 프로그램과 제작지원 기업의 선순환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올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받아든 정 부회장은 6년간 이마트를 이끌어온 이갑수 대표를 대신해 강희석 베인앤컴퍼니 유통 부문 파트너를 대표이사로 영입하며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수혈하는 등 변화를 모색 중이다.
2017년 5849억원에 달하던 이마트 영업이익은 지난해 4628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2000억원대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