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002년 비만이 대장 및 직장암, 식도암, 신장암, 폐경 후 여성의 유방암과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했다. 2016년에는 기존 내용에 추가해 위암, 간암, 담낭암, 췌장암, 난소암, 갑상샘암, 수막종 및 다발성 골수종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암 중에서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비만한 사람의 암 발생 상대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은 자궁내막암으로 7.1배였고, 그다음으로 높은 것은 식도암으로 4.8배였다. 대장 및 직장암, 간암, 유방암 등은 비만으로 인한 암 발생 상대위험도가 크게 높지 않다. 하지만 원래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은 암이기 때문에 비만으로 인한 추가 암 발생이 많은 게 문제가 된다.
비만이 여러 대사질환과 호르몬 이상을 가져온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비만은 성호르몬 대사와 인슐린, 인슐린양(유사) 성장인자, 아디포카인 등의 이상을 초래해 성호르몬 불균형과 전신의 만성 염증을 유발함으로써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비만이 유발하는 만성 염증은 체내 유전자 손상을 일으켜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비만이 유발한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한 식도의 만성 염증은 식도암의 원인이 된다. 비만은 담석증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담석증은 담낭암의 강력한 위험요인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간의 만성 염증은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비만한 사람은 체내 지방세포에 의해 에스트로겐이 과잉 생산된다. 이 과다한 에스트로겐이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등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비만은 혈중 인슐린과 인슐린양 성장인자의 혈중 농도를 높여 대장암, 신장암, 자궁내막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또 지방세포는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렙틴, 아디포넥틴 등 지방세포가 분비하는 호르몬은 암세포의 증식, 이동, 사멸 등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암 발생 위험을 높이게 된다.
다행히 많은 연구에서 비만한 사람이 체중을 줄이면 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 비만으로 인해 발생한 암으로 투병 중인 환자가 체중을 줄이면 암이 재발할 위험이 낮아진다고 한다.
비만은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심뇌혈관질환, 관절염 등의 만성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암의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비만을 예방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 100세를 위해 가장 중요한 생활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