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만나는 문 대통령…美·北협상 '촉진자' 가능할까

입력 2019-12-15 17:55
수정 2019-12-16 01:00
북한의 연말 무력 도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16일 오전 11시에 비건 대표를 접견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비건 대표만 단독 접견하는 것은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해 9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북한이 연말로 정한 비핵화 협상 시한이 다가오고 도발성 ‘중대 시험’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지는 접견이어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화 동력 유지를 위한 한·미 간 공조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등 비핵화 협상의 ‘촉진자’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비건 대표가 방한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식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미국과 북한이 상호 공세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오는 23~24일 중국에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최근의 한반도 정세 완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24일에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청두에서 아베 총리와 별도의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다.

한편 북한은 이날 우리 정부의 외세 의존 행보를 비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외교 행보에 대해 “조선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구걸하는 멍텅구리 짓만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외용 라디오인 평양방송은 ‘외세 의존으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제목의 보도에서 문 대통령을 ‘당국자’로 호명하고 “남조선의 현 당국은 당장 존망의 위기에라도 처할 것 같은 위구심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난했다. 매체는 이어 문 대통령이 지난 1월부터 밟아온 각종 대북 외교 행보를 거론하면서 “남조선 당국의 비굴한 사대 매국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