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조기 실시된 영국 총선이 ‘보수당 압승, 노동당 참패’로 끝난 것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하원 650석 가운데 집권 보수당이 직전(2017년) 선거보다 47석 늘어난 365석을 획득한 반면 제1야당인 노동당은 59석 줄어든 203석에 그쳤다. 보수당은 1987년(376석) 이후 최대 의석이고, 노동당은 1935년(154석) 이후 기록적인 패배였다.
노동당은 수십 년 텃밭인 중북부 탄광·철강 지대의 ‘붉은 벽(red wall)’에서도 보수당에 밀렸다. 보수당이 절반(325석)을 훌쩍 넘김에 따라, 질질 끌어온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는 보수당 공약대로 내년 1월 말 단행될 전망이다. 노동당은 제러미 코빈 대표가 사의를 표하는 등 후폭풍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초만 해도 노동당은 보수당과 지지율이 대등했고,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온갖 악재로 금방 낙마할 것이란 관측마저 있었다.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데 대해 현지 언론들은 노동당이 브렉시트에 대한 모호한 태도와 함께 급진적 좌파 공약을 쏟아낸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수당은 ‘브렉시트 완수’라는 단순명료한 메시지를 내놓은 데 반해 노동당은 다 기억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고 좌편향된 공약 일색이었다는 것이다.
노동당 공약 목록을 보면 그런 평가가 나올 만도 했다. 철도·수도 등 기간산업 국유화,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대폭 인상부터 대학교 수업료 무료, 인터넷 무료 등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 선심성 공약 이행에만 매년 830억파운드(약 131조원)가 추가로 든다는 비판도 샀다. 40년 전 국영기업 등 노동계의 연대 파업으로 국가기능이 마비됐던 ‘불만의 겨울’을 경험한 영국 유권자들은 이런 시대착오적 공약을 표로 응징한 셈이다.
포퓰리즘은 그 순간은 달콤하지만 미래에 국가적 재앙을 가져온다. 이런 진실을 인식하는 게 진짜 ‘깨어있는 유권자’일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