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처음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선 건 2005년이었다. 이 해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듬해부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첫 5년간(2006~2010년) 들인 ‘나랏돈’은 42조2000억원. 다음 5년(2011~2015년) 동안에는 투입 규모(109조9000억원)를 두 배 이상 늘렸다. 이후 3년 동안 116조8000억원을 추가로 쏟아부었다. 13년 동안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68조9000억원을 쓴 셈이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2006년 1.12명이었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균적으로 낳는 아이 수)은 지난해 0.98명으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0명대 출산율’은 한국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정교한 정책 설계 없이 ‘퍼주기’식 복지로 해결하려고 한 게 패착이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무상보육이다. 정부는 2013년 “보육비 부담은 국가가 모두 책임지겠다”며 0~5세 무상보육을 전면 시행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무상보육에 들어간 예산은 지방비를 포함해 37조7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체 저출산·고령화 예산의 3분의 1(32.3%)을 여기에 썼다.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입하고도 성과를 못낸 건 저출산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었기 때문이다. 정작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 보육 서비스 향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비중은 여전히 10%(2018년 9.2%)에도 못 미친다.
고령화 대책 중 가장 많이 예산을 쓴 부문은 기초연금이다. 2016~2018년 32조3000억원(지방비 포함)으로, 저출산·고령화 예산의 27.7%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노인 빈곤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60세 이상 가구 가운데 월소득이 중위소득의 50%에도 못 미치는 가구는 올 2분기 45.8%로, 2년 전(44.6%)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정책을 통해 저출산 현상을 인위적으로 막는 건 힘들다고 보고,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응을 ‘출산 장려’에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로 바꾸고 있다. 정년 연장(생산연령인구 감소), 모병제 도입 검토(군입대자 감소)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