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를 제외한 유럽연합(EU) 27개국이 2050년까지 유럽 대륙의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당초 반대 의사를 밝혔던 체코와 헝가리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 중 하나로 원자력발전을 인정하겠다는 다른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내면서 합의문에 서명했다.
에너지 수요의 80%를 석탄에 의존하는 폴란드는 탄소배출량 제로 목표 시점을 2050년이 아니라 2070년으로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EU 정상들은 내년 6월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이번 EU 정상회의에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신임 EU 집행위원장의 ‘2050 탄소중립 계획’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탄소중립이란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실행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 계획을 지키기 위해 EU가 1000억유로(약 130조9000억원)를 지원할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는 더욱 구체적인 자금 지원 방안을 요구했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탄소중립을 이루는 데 체코에서만 300억~400억유로가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타누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역시 “탄소중립 비용이 리투아니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헝가리와 체코 등은 원전을 ‘에너지 믹스’(전력 발생원의 구성)에 포함하는 방안을 인정받으면서 탄소중립 목표에 합의했다. 당초 EU 정상들은 원전의 역할을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헝가리, 체코 등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할 것을 촉구했지만 독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등은 이를 강하게 반대했다.
브리기테 비어라인 오스트리아 총리는 “오스트리아는 원전이 지속가능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고 본다”면서도 “모든 국가는 각자의 에너지 믹스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났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회의 결과에 만족한다”며 “유럽을 지역별로 구분하고 싶지 않지만 시간이 더 필요한 회원국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서 빠진 폴란드는 EU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지원금 규모와 범위를 2021~2027년에 쓰이는 EU 장기 예산안에 명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U 예산안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의 변수로 회원국 간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