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K5 살걸"…'성공 그랜저'가 불붙인 택시 논쟁

입력 2019-12-13 11:25
수정 2019-12-13 11:26

현대기아차 세단의 택시 모델 출시 전략이 전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형급 세단인 쏘나타와 K5는 택시 출시를 하지 않지만 더뉴그랜저와 K7프리미어는 현재 계약을 받고 있다. 더뉴그랜저 커뮤니티엔 불만 섞인 구매자 글이 연이어 올라오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박한우 기아차 사장이 3세대 K5 공식 출시 행사에서 새 모델의 택시 출시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다. 이 발언이 주목받은 이유는 출시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더뉴그랜저는 택시 모델이 전격 출시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2일부터 더뉴그랜저의 택시 모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더뉴그랜저의 공식 판매에 들어간지 영업일 기준으로 약 10일 만이다. 자사의 신 모델 출시를 보도자료로 배포해왔던 현대차는 더뉴그랜저의 택시 출시만큼은 따로 알리지 않았다. 현재 현대차 홈페이지 우측에 위치한 '소형상용/택시' 라인업에는 더뉴그랜저 택시 모델이 추가된 상태다.

택시용 더뉴그랜저의 파워트레인은 3.0LP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로 세팅됐다. 가솔린 모델에는 8단 변속기를 채택한 것과 달리 LPi 모델에는 6단 변속기를 유지했다. 대신 LPi 탱크가 기존 실린더에서 원형으로 바뀌면서 트렁크 공간이 넓어졌다.

트림은 모범형과 고급형, 고급형 VIP패키지 등 3가지 모델이다. 전 트림에는 새롭게 개발한 공기청정 시스템이 기본 탑재되며 가격은 일반과세자 기준으로 모범형 2725만원, 고급형 2980만원, 고급형 VIP패키지는 3080만원이다. 구형 그랜저와 비교하면 100만~200만원 비싸졌고 일반판매용 더뉴그랜저 LPi 모델보다는 700만원 가량 싸다.


현대기아차의 중형 세단과 준대형 세단 택시 모델 역(易)출시 추세는 올해 초부터 나타났다.

지난 3월 8세대 쏘나타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현 중국사업총괄 사장)은 "쏘나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신형 쏘나타는 택시 모델을 절대 출시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지금도 직전 모델인 쏘나타 뉴라이즈만 택시 모델로 판매되고 있다.

반대로 K7프리미어는 고급 택시 시장을 독점한 상황이다. 과거부터 택시 모델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LPG 안전성, 출력 저하, 동절기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 등의 문제들을 대폭 개선해 택시 기사들의 만족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더뉴그랜저가 택시 모델로 나오면서 판매 흥행 지표로 꼽히는 연간 10만대 클럽 가입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택시 모델 출시가 득과 실이 분명하기 때문에 전략적 판단을 잘해야한다고 말한다. 도로 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택시로 출시됐을 때 이미지 소모가 커 마케팅이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쏘나타 뉴라이즈의 경우 전체 판매량 중 택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 택시 이미지가 너무 강해 2030 세대의 계약 비율이 20%가 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서도 벌써 불만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가 '성공'이라는 키워드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해놓고 벌써 택시 모델을 출시하는 것은 사전계약자를 배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더뉴그랜저 공식동호회 커뮤니티에서는 "지금 당장 계약하면 인수까지 최대 몇 달이나 걸리는 상황에서 굳이 택시 모델까지 출시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 차보다 먼저 나오면 정말 화날 것 같다", "디자인 잘나와서 사전계약 진행했는데 허무하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계약 취소하고 K5나 쏘나타 센슈어스 구매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른 의견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쏘나타와 K5는 완전변경 모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판매량보다 브랜드 고급화가 우선시됐다"며 "고급 택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소비자들에게 더뉴그랜저를 다양하게 경험시켜 드리고자 택시 모델도 출시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