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증세를 공식 의제로 꺼내들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차례 올렸던 법인세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까지 강화하는 '보편적 증세' 방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태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미래정책연구단장은 지난 12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정책기획위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린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2045’ 발표회에서 이같은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강화로 국민 조세부담률을 중·장기적으로 4~5%포인트 높이는 내용이었습니다. 조세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에서 국세와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지난해 20.0%였으니, 이를 24~25%로 높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는 부가가치세 강화 방안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부가가치세는 3대 국세 중 하나입니다. 부가가치세 세수는 줄곧 법인세 세수를 앞서다 지난해 처음으로 법인세 세수에 뒤졌습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8년 법인세 세수는 약 70조9000억원, 부가가치세 세수는 70조원이었습니다. 다만 올해 1~10월 국세수입은 총 260조4000억원 중 부가가치세가 69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법인세가 69조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어찌됐든 부가가치세를 1%포인트만 더 올려도 연간 7조원 넘는 세금이 더 걷힌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세부담률을 4~5%포인트 높이려면 부가가치세 세율도 큰 폭의 상향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한국은 1977년 부가가치세 제도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10% 세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역대 정부 모두 부가가치세 인상 움직임을 구체화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워낙 폭발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일단 부가가치세는 법인세와 달리 전 국민이 영향을 받습니다. 게다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똑같이 세금을 내기 때문에 ‘소득 역진성’이 큽니다.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저소득층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해외에선 부가가치세 인상 뒤 정권이 바뀐 나라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일본은 부가가치세율을 올리는 추세입니다. 일본은 지난 10월1일을 기점으로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같은 성격인 소비세율을 기존 8%에서 10%로 인상했습니다. 일본은 1989년 3%의 세율로 소비세를 도입한 이후 1997년 5%로, 2014년엔 8%로 올렸습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소비세 도입 직후인 1990년 소비세는 국세 수입의 9.2% 정도였으나, 2018년에는 27.9%로 높아져 소득세 비중(30.3%)과 비슷해졌다고 합니다. 국중호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앞으로도 소비세 인상에 조금씩 익숙해져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과연 일본처럼 부가가치세율을 높일 수 있을까요. 참고로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가 지난해 12월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편적 복지’를 위한 ‘보편적 증세’에 반대한 응답이 35.0%로 찬성(32.4%)을 앞섰습니다. 결국 국민적 합의를 어떻게 도출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