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가 아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19-12-13 08:05
수정 2020-02-05 00:02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오후 미중 1단계 무역합의안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이날 아침 “빅딜이 임박했다. 중국도 원하고 우리도 원한다”는 트윗을 보낸 데 이어 이날 오후 승인을 마쳤습니다.


오는 15일로 예정됐던 새로운 관세 부과는 취소됐습니다. 미국은 또 기존 관세 대상, 즉 36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절반 가량 낮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은 대신 농산물 수입을 약속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금융시장 개방 조치 등을 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행과 관련해 분기마다 점검해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낮춘 관세를 되돌리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으로 딜을 예고한 덕분에 3대 지수는 아침부터 1% 가량 치솟았고 오후 들어 오름폭이 약간 감소해 0.7~0.8%가량 오른 상태로 마감됐습니다. 주가뿐 아니라 달러화도 상승했고 옥수수 대두 등 농산물 가격도 동반 강세를 보였습니다.

월가에서는 뉴욕 증시가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하지만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딜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내년에 미국 경기와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더 개선될 수 있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딜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0.4%포인트 가량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는데, 이는 딜이 이뤄지면 2.3% 성장 전망이 유지된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이는 올해와 같은 수준이지요.

그러나 이번 딜이 이뤄진다해도 내년에 중국과의 갈등이 없을 것으로 보면 안된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많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양국은 계속 싸우게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11일 뉴욕에서 개막된 'AI서밋' 콘퍼런스에 갔었습니다. 이 곳에서 지난 1일자로 물러난 릭 페리 전 에너지장관의 연설을 듣게됐습니다. 에너지장관은 미국의 국립연구소들을 관장하는 자리입니다.


페리 전 장관의 연설의 촛점은 중국과의 경쟁이었습니다. 그는 “몇 년 전까지 슈퍼컴퓨터에서 1위 자리를 중국에 빼앗겼었고 미국은 3위에 불과했다. 미국은 지난해 오크릿지 국립연구소에 새로운 슈퍼컴 ‘서밋’을 만들어 다시 1위를 되찾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슈퍼컴퓨터, 그리고 앞으로 나올 퀀텀컴퓨터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국가가 승리하게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기술은 미래 패권의 핵심이며, 최근 모든 기술 발전의 밑바탕엔 이런 슈퍼컴퓨팅 능력이 깔려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공지능(AI)과 새로운 퓨전에너지, 혁신적 바이오 기술, 군사 기술의 개발에도 1초에 수천조번 연산을 할 수 있는 슈퍼컴이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도 퀀텀컴퓨팅 개발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으며 이들 국가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건 너무도 분명하다. 이들은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가 아니다. 중국을 봐라. AI를 시민을 감시하는 데 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미국은 이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한다. 자유, 인권이라는 가치를 지키고 세계 최고인 국가인 미국을 지켜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임기동안 슈퍼컴퓨터 개발 등 관련 예산을 43% 증가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중들은 열렬한 박수도 화답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의 연설에는 중국에 대한 커다란 적개심이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텍사스주 주지사 출신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대 각료로 지난 2년간 에너지장관을 맡아온 사람입니다. 페리 장관의 이런 중국에 대한 인식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과연 중국과 미국은 이번 1단계 합의로 별다른 갈등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