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기름칠이 잘된 기계다.’
기업 경영에 대해 오랫동안 이어져 온 통념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이란 커다란 조직이 원활하게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여겼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배제됐다. 특히 획일화된 대량생산 체제에서 사람은 차츰 소외됐다. 그런데 최근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사람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첨단 기술이 널리 보급되고 제품과 서비스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사람만이 지닌 특성과 창의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이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활용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
<궁극의 차이를 만드는 사람들>은 기업의 혁신을 이끌 인재의 가치와 활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독일의 경영 컨설턴트이자 리더십 전문가인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다. 슈프렝어는 미국 사무용품 업체 3M에서 인적 자원 및 교육 담당 임원 등을 지냈다.
요즘 기업들의 주요 화두는 ‘디지털화’다. 대량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을 접목해 정교하고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려 한다. 저자는 디지털화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를 ‘사람을 다시 기업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본다. 그는 “디지털화의 중심은 기술 혁명이나 알고리즘의 지배가 아니다”며 “오직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근본에 집중하는 행위가 디지털화”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디지털화의 구체적인 방법은 세 가지다. 고객을 다시 끌어들이고, 타인과 다시 협력하고, 창의력을 다시 키우는 것이다. 여기에서 강조되는 ‘다시 하기’를 구현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기업이 덩치를 키워가느라 잊고 있던 고객을 떠올리고 연결하는 것은 직원이다. 업무의 세분화·전문화 과정에서 이를 관리·감독하는 상사의 역할이 부각됐지만, 이젠 디지털화로 부하 직원들 간의 협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효율성 만능주의로 파괴된 창의력도 직원 개개인을 잘 활용할 때 되살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창의력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창의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이것이 발휘되지 못하게 억눌려 있을 뿐이다. 창의성은 믿음의 문제다. 앞만 바라보며 무조건 새로운 것을 내놓으라고 다그쳐선 안 된다.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앞을 내다보며 점을 찍어 이어나가기란 불가능하다. 오로지 뒤를 돌아보았을 때만 점들을 이을 수 있다. 이 점들이 어떻게든 여러분의 미래에 연결되리라고 믿어야 한다.”
창의력을 발휘했다고 해서 곧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창의력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힘이다. 혁신이란 새로움으로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창의력이 혁신으로 이어지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재가공돼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창의력을 발휘하고도 혁신을 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 2017년까지 등록된 자율주행 차량 관련 특허의 82%는 독일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자동차를 새롭게 발명한 사람으로 꼽히는 인물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다. 저자는 “기술적인 창의력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기업 차원에서 활용하는 행동력까지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 지음, 강민경 옮김, 흐름출판, 388쪽)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