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파운드리 만리장성' 넘는다

입력 2019-12-12 17:31
수정 2019-12-13 09:38
SK하이닉스가 내년 1분기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현지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정부가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현지 중저가 파운드리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팹리스)가 주문한 제품을 제조·공급하는 사업이다.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산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딥 체인지(근본적인 변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시시(市) 정부도 4200억원 출자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00%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내년 1분기 중국 우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시스템아이씨는 SK하이닉스에서 2017년 7월 분사한 파운드리 전문 업체다. 이 회사는 중국 진출을 위해 지난해 7월 우시시(市) 정부의 투자회사인 WIDG와 합작사를 설립했다. 지분 비율은 시스템아이씨 50.1%, WIDG 49.9%다. 시스템아이씨가 파운드리 장비 등 유무형 자산을 투자하고, WIDG는 3억5000만달러(약 4200억원)를 현금출자했다.

시스템아이씨는 충북 청주 공장 등지에 있는 200㎜(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공정 장비를 중국으로 옮길 계획이다. 중국 공장의 본격적인 가동은 내년 하반기께로 예상된다.


중국 내 팹리스만 수천 개

시스템아이씨는 우시 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현재 주력 사업은 200㎜ 웨이퍼를 활용한 파운드리다. CMOS이미지센서와 파워반도체(PMIC), 디스플레이드라이버IC(DDI) 등 가전제품용 반도체가 주요 제품이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분야에 2025년까지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중국엔 가전제품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가 수천 개 활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대 시장으로 성장하는 중국 잠재 고객을 유치하고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중국 파운드리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이 사장은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단순 공급자를 넘어 가치를 창조하는 파트너로서 고객 관계를 확장할 것”이라며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사업구조 개선을 위한 SK하이닉스의 ‘전략적 선택’이란 평가도 나온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선 메모리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에 파운드리나 이미지센서 개발이 지연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만 업체 견제 만만치 않아

반도체업계에선 중국 시장이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중국 토종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버티고 있는 데다 TSMC, UMC 등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주도하는 대만 업체들도 중국 공장 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외신에 따르면 세계 1위 TSMC는 중국 난징에 있는 300㎜(12인치) 파운드리 공장 생산량을 월 1만 장에서 1만5000장으로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 4위 UMC도 중국 샤먼 300㎜ 웨이퍼 파운드리 공장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대만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TSMC의 올 4분기(10~12월) 점유율을 3분기(50.5%)보다 2.2%포인트 높아진 52.7%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UMC 점유율은 6.7%에서 6.8%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