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이어폰 시장이 매년 두 배 가까이 커지면서 관련 부품주가 주목받고 있다. 무선 이어폰에 들어가는 배터리 용량이 커지면서 관련 2차전지 업체가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독일 배터리업체 바타(Varta)는 올해 연간 매출 추정치를 3억3000만유로에서 3억4000만유로(약 4500억원)로 상향 조정했다. 무선 이어폰용 2차전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2022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1억5000만 셀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바타의 주가는 올 들어 네 배 이상 올랐다. 미국 애플에 무선충전 모듈 등을 공급하는 중국 입신정밀공업도 같은 기간 주가가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
무선 이어폰 시장의 확장은 향후 몇 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4600만 대 수준이던 무선 이어폰 판매량이 올해 1억2000만 대, 내년 2억3000만 대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업체별 시장 점유율(3분기 기준)은 애플이 45%로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샤오미(9%) 삼성전자(6%) 등이 뒤쫓고 있다. 애플이 지난달 출시한 3세대 ‘에어팟 프로’는 30만원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도 무선 이어폰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추세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이미 무선 이어폰 제품을 시장에 내놓거나 내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무선 이어폰 시장의 확대는 국내 2차전지 업체에 중장기적인 호재다. 지난해 20㎿h 수준이던 무선 이어폰용 2차전지 수요는 내년 99㎿h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선 이어폰의 사용시간이 늘면서 적용되는 2차전지 용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무선 이어폰용 배터리 양산 기술을 확보한 삼성SDI 등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이티엠반도체는 해외 고객사 수요 증가에 따른 이어폰용 2차전지 보호회로 패키지(PMP)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지난달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뒤 공모가(2만6000원)를 크게 웃돌면서 연일 신고가를 쓰고 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티엠반도체가 기존 2차전지에 들어가는 PMP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 중”이라며 “블루투스 이어폰 등 배터리 공간이 부족한 소형 전자제품에 빠르게 적용되면서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티엠반도체는 이날 1150원(3.10%) 오른 3만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형 제조업체인 덕우전자도 무선 이어폰 사업 부문을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이 회사는 애플 제품의 부품 제조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왕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5억원에 불과했던 덕우전자의 무선 이어폰 부문 매출이 내년 1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