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시중 4대 은행이 지난달부터 2020년도 달력을 고객들에게 배부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로 일정을 관리하는 등 디지털 시대에 맞게 종이 달력을 이용하는 사람이 줄기는 했지만 은행 달력의 인기는 여전하다. '은행 달력을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높은 인기 탓에 '공짜'인 은행 달력은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에서 1500~5000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에 계좌가 있기는 하지만 주거래 은행은 다른 곳이라고 밝힌 박모 씨(34)는 달력을 받기 위해 오랜만에 지점에 방문했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방문하려는 지점에서 어떤 고객에게 달력을 주는지 미리 조사했다. 박 씨는 "집 옆에 있는 은행지점에서는 달력을 받으려면 통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해서 일부러 통장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굳이 창구까지 갈 필요는 없고 로비매니저에게 보여주면 된다고 나와있더라"면서 사무실에 놓을 탁상용 달력을 한 부 받았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모든 시중은행 지점이 계좌가 있다는 이유로 달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거래실적이 있음에도 달력을 받지 못하는 손님도 있다. 황모 씨(29)는 "활발하게 거래하는 계좌는 아니지만 자동이체를 몇 건 연결해놔서 나름 꾸준한 실적이 있는 계좌라고 생각했는데 달력을 주지 않더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나한테는 재고가 소진돼서 못 준다고 하더니 나보다 늦게 방문한 옆 창구 손님에게는 기다렸다는 듯이 달력을 줬다"면서 황당해 했다.
시중은행들은 달력 배부의 기준을 본점 차원에서 명확하게 정해놓지는 않았다. 달력 배부가 시작되는 날짜와 배부 대상 고객이 지점마다 상이한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력은 감사의 의미로 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VIP 고객을 포함해 거래가 활발한 분들을 위한 수량을 미리 준비해놓는다"며 황 씨가 겪은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무작정 창구로 와서 달력을 달라고 하는 손님도 있어 승강이를 벌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모든 시중은행을 돌아다니며 달력을 '수집'해가는 분들도 있다. 일부 손님들이 이를 두고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방자가 많은 지점은 거래가 활발한 손님이나 계좌가 있는 손님에게만 달력을 줄 수도 있고, 내방자가 적은 지점은 계좌가 없어도 달력을 줄 수도 있다"며 지점마다 재량껏 달력 재고를 관리한다고 밝혔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