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여현 "내년 인도·동남아·유럽으로 거점 확대…亞 톱티어 VC로 도약하는 토대 다질 것"

입력 2019-12-11 15:47
수정 2019-12-11 15:49
“내년은 아시아 톱티어(top-tier·최상위권) 벤처캐피털(VC)로 도약하는 첫해가 될 것입니다.”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사진)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백 대표는 “올해는 지난 5년간 추진해온 해외 진출의 성과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해”라며 “내년엔 해외 거점을 더욱 확충해 인도, 동남아시아, 유럽 지역 투자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국내 최대 VC다. 총 2조4000억원의 운용자산(AUM) 중 약 80%에 해당하는 1조9000억원을 국내외 벤처펀드로 운용하고 있다.

백 대표가 아시아 선두권 VC로 도약하겠다는 자신감을 나타내는 배경엔 탄탄한 해외 투자 성공 사례가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008년 중국에 진출해 다수의 펀드 투자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경험을 토대로 2015년부터 매년 전체 투자액의 40%를 해외 시장에 투자해왔다. 올해부터 해외 투자 성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3년 전 투자했던 미국 수술용 로봇 플랫폼 오리스헬스는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에 인수합병(M&A)돼 올해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투자금(500만달러) 대비 3.5배가 넘는 금액을 회수했다. 2015년 단행한 500만달러 규모의 핀란드 게임업체 시리어슬리 투자에서도 4년 만에 원금 대비 3배가 넘는 200억원가량을 회수했다. 미국 바이오 기업 프리퀀시테라퓨틱스 역시 올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함에 따라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보유 지분의 일부(20%)를 매각해 투자 원금(1000만달러) 회수를 앞두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해외 투자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중국 광저우와 싱가포르에 새로운 지점을 열었다. 투자의 ‘시야’를 인도와 동남아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내년엔 룩셈부르크 또는 독일 베를린 등 유럽 지역에 지점을 여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작년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베이징, 상하이, 청두 등 네 곳에 그쳤던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해외 거점이 2년 만에 배로 늘어난다.

백 대표는 “현지 네트워크에 녹아들어야만 진짜 가치있는 기업을 알아보고 투자 기회를 따낼 수 있다”며 “뛰어난 인재를 꾸준히 영입해 현지에서 펀딩(자금조달)까지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외 거점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엔 벤처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사모펀드(PEF) 부문도 강화할 방침이다. 백 대표는 “벤처펀드는 규모가 작아 유니콘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단계에 도달한 업체에 투자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그로스캐피털이나 크로스보더 딜(국경 간 거래)을 목적으로 하는 17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내년 초 조성해 PEF 부문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벤처캐피털 40%, PEF 30%, 해외 30% 비중으로 갖춘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국내 VC들의 해외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국내 출자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놨다. 그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의 활약에 놀라워하면서도 국내 연기금의 해외 투자는 대부분 꾸준히 배당 수익이 발생하는 부동산이나 인프라에 집중돼 있다”며 “VC들이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 해외 투자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