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가 이달 초 개최한 ‘제3회 집코노미 부동산콘서트’에서 부동산시장 최고의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시장을 예측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 이들은 어디를, 언제, 어떻게 사야 할지 고민에 빠진 주택 수요자들에게 핵심 전략을 공유했다. 상가와 꼬마빌딩 투자 등 수익형 부동산 정보도 소개했다. 강의를 들은 참석자들은 “부동산시장 전망에서부터 향후 유망 지역과 투자처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던 강의”라고 평가했다.
○내년 집값 “더 오른다” vs “바닥 칠 수도”
가장 인기를 끈 건 내년 주택시장 전망과 투자전략에 관한 강연이었다. ‘2020 주택시장 전망’을 주제로 강의한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내년 집값은 올해보다 오를 여지가 더욱 많다”며 부동산시장 상승을 점쳤다. 이 대표는 “총선과 고교 체계 개편, 리모델링 수요 증가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자사고와 국제고, 외국어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점이 강남 부동산시장에 중·장기적으로 여파를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총선도 내년 봄까지 지역별 현안에 대한 청사진이 난무하면서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이 대표는 “토지 보상과 리모델링의 경우 올해는 제대로 시작도 못 했기 때문에 오히려 내년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인기를 끌 지역으로 새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는 신길과 고덕을 꼽았다. 이 대표는 “신길은 내년 초부터 3개 단지가 입주하면서 뉴타운의 퍼즐이 맞춰진다”며 “입지적 여건을 고려하면 4년 전 마포 사례와 비슷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고덕도 내년엔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가 마무리돼 미니 신도시로 완성된다”며 “앞으로 고덕 집값이 어느 수준을 보이느냐에 따라 인근 잠실과 강남 집값에 연쇄적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시장 하락을 전망한 강연자도 있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은 “높아진 주택 보유 부담이 매도 물량 증가와 집값 하락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본격적인 가격 하락세는 내년 상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봤다. 높아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은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과세기준일인 내년 6월 1일 전에 아파트를 매각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해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 상승도 제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투자자들에게 가격 하락 신호를 잘 살펴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을 내놨다. 그는 “거래량이 줄면서 매매가격도 떨어지면 하락 추세지만 거래량이 반등하면서 가격이 떨어진다면 바닥이라는 신호”라며 “높은 투자수익률을 바란다면 이 같은 시기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대안 투자로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REITs)’도 추천했다. 그는 “리츠는 언제든 사고팔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고 추천했다.
○집값·상가 매출 어떻게 결정되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의 이해’를 주제로 강연했다. 정책과 시장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이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선진국과 비교한 한국 집값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학자의 관점에서 진단했다. 국내외 거시경제 흐름에 따라 부동산시장의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예측했다. 심 교수는 “앞으로 경제 성장률이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수익률은 주식이나 채권 등 다른 자산에 비해 높지 않을 수 있다”며 “부동산시장은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부동산시장 성장률은 33% 수준이다. 같은 기간 주식(274.0%)은 물론 금(325.8%) 채권(52.0%) 등 다른 안전자산에 비해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그는 “역사적으로 집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자산은 아니다”며 “부동산에 재산 대부분을 ‘몰빵’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법에 관한 강의에도 참석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상가 투자나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상가 입지 분석 전문가인 김 대표는 수년 동안 발품을 팔아 정리한 ‘상권별 매출지도’를 공개했다. 같은 위치, 같은 업종이라도 주변 유효수요와 주(主)동선에 따라 흥망의 결과가 정해져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대표적인 게 신규 전철망 효과다. 주변에 새 노선이 뚫리더라도 수혜를 보는 상가는 정해져 있다. 김 대표는 “기존 노선과 선형이 겹치면 역세권에 인입되는 유효수요가 크게 늘지 않아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이용자들의 동선이 완전히 바뀌면서 새로운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상가를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효수요와 동선이 점포별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해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상가 투자자들이 꿈으로 꼽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스타벅스의 입점 비결도 귀띔했다. 도심보다 교외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도심 임대료는 치솟는데 인건비는 계속 오르면서 손익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일반 매장은 재계약을 하더라도 매출에 따른 임차료 지급률을 낮추는 상황”이라며 “반대로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점포는 늘고 있기 때문에 구도심과 고속도로 사이에서 자리를 찾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