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년 예산안 강행처리…한국당 "날치기"

입력 2019-12-10 22:17
수정 2020-10-25 16:02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제출한 2020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제출한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 513조4580억원에서 불과 1조2075억원 삭감한 채 강행 처리됐다.

국회는 10일 저녁 본회의를 열어 512조2505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찬성 156표, 반대 3표, 기권 3표로 통과시켰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은 야당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날치기”라며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이 제1 야당인 한국당 동의 없이 예산안을 일방 처리하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전망이다. 11일부터 이어지는 임시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놓고 양측 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단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은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5시간 넘게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한국당이 (예산안을 처리할 마음도 없이) 지연 전술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야 3당이 1조6000억원 삭감으로 합의를 하고, 민주당에 그간의 감액 내역을 요구했으나 공개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한국당은 본회의 정회 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4+1(협의체) 세금 도둑’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시작했다. 내년 예산안은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늦게 국회를 통과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512兆 '슈퍼 예산' 28분 만에 통과…한국당 "제1야당 뺀 예산 폭거"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뺀 야당들과 협의한 내년도 예산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제1 야당을 빼고 ‘밀실 예산’을 처리한 건 불법”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여야가 예산안 심사를 ‘볼모’로 정쟁을 벌이면서 국회가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민주당 4+1 예산 ‘강행 처리’

10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예산 수정안은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 162인 중 찬성 156인, 반대 3인, 기권 3인으로 통과됐다. 이날 표결에는 여당인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무소속 의원들만 참여했다. 한국당 의원은 본회의장에 나왔지만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않기 위해 재석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은 4+1 안과 한국당이 ‘맞불’ 성격으로 자체적으로 낸 예산안 수정안을 본회의에 동시에 상정했다. 한국당 안이 먼저 올라갔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칼에 물리쳤다. 이후 4+1 협의체 수정안이 올라갔고 홍 부총리는 “이의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후 바로 표결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4+1 협의체 예산안은 개의 28분 만에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4+1은 세금도둑’ ‘날치기’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문 의장을 향해 “공천 대가” “사퇴하라” 등을 외쳤지만 표결을 막진 못했다. 당초 한국당은 예산부수법안 등에 대한 무더기 수정안 제출로 예산안 통과를 최대한 저지하는 방안을 준비했지만 민주당이 부수법안 상정을 뒤로 미루고 예산안부터 올려 전략이 무산됐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그동안 국회 관행은 예산부수법안을 의결한 뒤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이었는데, 문 의장과 민주당이 불법 예산을 ‘날치기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문재인 정권과 ‘이중대’들의 야합으로 예산 폭거가 자행됐다”며 “제안 설명도, 수정안 설명도 없었고 (민주당이) 안건 순서를 바꿔 예산안을 먼저 의결해 버렸다”고 반발했다. 한국당은 홍 부총리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홍 부총리 탄핵 소추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누더기’ 예산 심사 전락

여야는 이날 문 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조율을 시도했지만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순삭감 규모를 4+1 협의체 수정안에서 4000억원 더 늘어난 1조6000억원 규모로 하는 데까지는 의견을 모았지만 세부 증감 사업과 삭감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당은 수정안의 세부 삭감 내역을 제공해달라고 민주당에 요구했지만 민주당 측이 시간 부족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최종 합의가 불발했다고 주장했다. 심 원내대표는 “논의 끝에 1조6000억원 삭감으로 합의를 보고 기존 (4+1 협의체의) 삭감 내역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공개하지 않았다”며 “머리를 식히러 나간 사이 (문 의장이)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열었고, 민주당이 4+1 협의체 합의안을 상정해 버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시간 끌기’ 전략에 더 이상 끌려다닐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9일) 한국당 의총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다섯 개 중 네 개가 번복됐다”며 “한국당이 하루 일정을 벌기 위한 ‘알리바이’ 과정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원내대표 회동에서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 예산 심사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3당 합의 처리를 주장하며 예산안 상정 시점을 하루이틀 정도 늦출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야 대립으로 예산안 심사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최악의 ‘누더기 심사’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예결위 논의가 멈춰선 뒤 3당 교섭단체 간사들의 예산안 협상은 전날까지 1주일 넘게 이뤄지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예산안 협의의 중심이 4+1 협의체로 옮겨갔지만 국회법상 근거가 없다는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관계자는 “당초 공언했던 ‘송곳 심사’는커녕 ‘누더기 심사’가 돼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우섭/성상훈/고은이/김소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