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아세안 상생협력으로 경제활로 개척을

입력 2019-12-10 17:33
수정 2019-12-11 00:16
글로벌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10월 올해 세계 무역이 작년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월 전망치(2.6%)의 절반 이하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런 배경에는 강대국 간 무역 분쟁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협상 없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대국들의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 경제 침체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보호무역 추세와 무역 분쟁 여파에 휩쓸리지 않고 시장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인구 규모 세계 3위, 국내총생산(GDP) 총합이 세계 6위인 경제공동체 아세안(ASEAN)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아세안 시장은 그리 낯설지 않다. 한류가 초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동남아 곳곳에선 한국 브랜드를 간판에 내건 상점들이 문전성시다. 정부 차원에서도 2007년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했다. 2010년 한국은 아세안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격상시켰다. 이후 아세안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을 제치고 중국에 이은 2대 교역 파트너로 성장했다. 현 정부의 핵심 대외정책인 신남방정책을 통해 한·아세안의 협력 수준을 높이고 아세안 시장 내 선점 효과 창출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한류와 한국 브랜드의 인기, 그로 인한 친한(親韓) 기류 형성과 교역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협력 체계 구축이나 명확한 지향점 설정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는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 수준을 고도화해 단순 상품 교역에서 기술, 투자, 서비스 및 인프라 협력으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정부는 기존 신남방정책의 사람(people), 평화(peace), 상생번영(prosperity)의 ‘3P’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미래 협력을 강화하자는 의미의 ‘3P 플러스’를 위한 ‘한·아세안 산업혁신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이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에 채택됐다. 정부가 기대하는 산업혁신기구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한국과 아세안 국가 간 기술이전 및 사업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국제적 기술사업화 지원을 위해 운영 중인 글로벌기술사업화협력센터(GCC)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고 산업혁신기구와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둘째, 공동 연구개발(R&D)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EU 회원국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세계 최대 R&D 협력네트워크인 유레카, 비즈니스 협업, 기술거래 플랫폼인 유럽경제협력네트워크(EEN)를 벤치마킹해 궁극적으로는 한국과 아세안이 중심이 되는 R&D 협업 플랫폼을 신설·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TASK(Technology Advice and Solutions from Korea) 프로그램’의 아세안 지역 컨트롤타워 기능 수행이다. 이를 통해 한국 기술전문가를 활용한 아세안 현지기업의 애로기술 해결 및 맞춤형 기술전수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면 더욱 발전할 아세안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상생성장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의 아세안 신흥 시장 개척 및 일자리 창출은 물론 장기적으로 상생 협력을 목표로 하는 산업기술 국제 협력을 통한 국가 위상 제고의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이라는 ‘총성 없는 전쟁터’의 무기는 자원이었고 사람이었으며 기술이었다. 그것만으로는 강대국 간 무역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한·아세안 산업혁신기구 설립을 통한 아세안 국가와의 상생협력체계 강화는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우리만의 유력한 신무기가 돼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