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회장님. 먼 곳에서 들려온 애통한 소식에 밀려드는 슬픔을 주체할 길이 없습니다. 늘 재계의 큰 어른으로 남아 계시리라 믿었습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한국 경제를 지켜주실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게 황망히 저희 곁을 떠나시니 애달픔과 안타까움만 남아 허전함이 더해가는 하루입니다.
돌이켜보면, 앞날을 먼저 내다보시고 앞서가신 회장님이 떠오릅니다. 만 30세, 가난이 당연했던 그 시절, 기업을 손수 일구시고 해외를 무대로 글로벌 기업을 키우셨습니다. 가장 먼저, 가장 멀리 세계로 발을 디디시고는 몸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말씀에 많은 기업인과 청년들이 두려움 없이 해외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 시작이 결실을 맺어 지금 우리나라는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글로벌 교역 국가로 우뚝 서 있습니다.
진실한 기업가로서 늘 국민을 사랑하시던 청년이었습니다. 기업이 만드는 제품으로 국민이 불편을 겪을까 걱정하시며 품질 제일주의를 선언하셨습니다.
싸게 만들어 많이 팔기에만 바빴던 시절,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당신의 철학은 한국 제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면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셨던 헌신적인 애국자이셨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회장님께서는 수출이 위기 극복의 열쇠라 여기시고 해법을 제시하셨습니다. 어려운 이들을 보듬고 미래를 키우셨던 마음 또한 잊을 수 없습니다. 오지와 낙도에 병원을 지으시고 어려운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하셨습니다.
김우중 회장님. 지금 우리 경제는 큰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수출로 살아가던 대한민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 4대 강국과의 원만한 공존이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회장님께서 걸으셨던 길은 도전과 개척의 역사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류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된다면 그것은 회장님의 첫걸음 때문임을 우리는 기억할 것입니다. 부디 과거 힘드셨던 짐 다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잠드시기 바랍니다.
허창수 <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