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일본불매·홍콩시위에 꽁꽁 얼어붙은 국제선

입력 2019-12-10 14:56
수정 2019-12-10 14:57


일본여행 보이콧과 홍콩 시위 사태로 11월 국내 공항의 전체 국제선 여객이 지난해 11월보다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감소는 2017년 7월 이후 28개월만에 처음이다. 일본 여행 자제운동이 이어지면서 일본노선 여객수가 40% 급감한 이유가 컸다.

10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11월 국내 전 공항의 국제 여객 수송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감소한 700만명을 기록했다. 2017년 7월 이후 28개월 만에 처음으로 여객수가 전년 동월보다 줄었다.

전국 공항의 일본노선 여객수는 40.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홍콩 시위 사태 여파로 홍콩노선도 30% 가까이 줄어 부진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7년 7월의 수송량 2.2% 감소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이슈에 따른 수송량 급증이 나타난 2016년 7월의 기저 때문임을 고려하면 거의 4년 만에 여객 수송량이 감소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인천공항의 여객 수요 증가율은 0.6%로 2015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며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여객이 3개월 연속으로 역신장했는데, 이는 2010년대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대형항공사(FSC)보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국제선 여객 감소 타격이 컸다. FSC는 0.2% 감소에 그쳐 제자리걸음했지만 LCC는 11.9% 줄었다.

LCC 항공사별로는 3.1% 증가한 티웨이항공을 제외한 전 LCC가 국제선 여객이 감소했다.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각각 27%, 23.6% 급감해 20% 넘게 추락했고, 에어서울 역시 19% 떨어졌다.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의 국제선 여객은 4% 감소해 11월 기준 처음으로 전년 동월보다 줄었다. 이스타항공 역시 2.3% 감소했다. 티웨이항공은 공급확대폭이 가장 높아 LCC 중 유일하게 여객수가 증가했다는 평가다.

최 연구원은 "LCC들의 일본 운항수와 여객은 각각 53%, 55% 급감했다"며 "다만 일본 수요의 감소세가 지난 10월 53%에서 더 커지지 않았고 탑승률 하락도 일단락됐다는 점에서 수급 악화는 피크(고점)를 지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보이콧 재팬의 풍선효과로 여행객의 발길이 향한 곳은 동남아와 중국으로 풀이된다. 인천공항 11월 국제선 지역별 여객수는 동남아와 중국이 1, 2위를 차지했고, 각각 13.1%, 13.2% 증가했다. 괌을 비롯한 대양주 지역도 33.8% 뛰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 확산 속 장거리 노선 수요도 증가세를 보였다. 중동(9.6%), 유럽(8.6%), 미주(4.6%) 노선이 증가했다. 일본의 경우 39.5% 급감했고, 홍콩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도 0.7% 줄었다.

다만 이같은 동남아 지역 집중 현상은 LCC 수익성 개선의 걸림돌로 꼽힌다. 일본 수요를 잡기 위한 LCC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일본 노선으로 들어갔던 항공 공급이 동남아로 전환되면서 경쟁 심화가 발생했다"며 "항공사들 실적에는 의미있는 플러스 요인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11월에도 LCC들은 9~10월과 비슷한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만큼 4분기까지는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과 홍콩행 여객 수요는 단기간에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장거리 여객 비중이 높은 FSC인 대한항공이 최선호주이고, 미·중 무역합의 스몰딜 타결 시, 화물 수요의 반등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본과 홍콩노선 수송 실적이 단기에 회복되긴 어려울 전망이고 주력 대체 노선인 동남아 노선의 경쟁 강도 상승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 수급과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가까운 시일 안에 LCC 업계 내 구조 재편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관측을 내놨다. 12월 중순부터는 다시 여객 성수기에 진입하는 만큼 내년 1분기에는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최 연구원은 "1월 초 LCC들의 주요 일본 노선 항공권 가격은 10월 초 바닥 대비 40% 내외로 상승했다"며 "겨울은 일본을 대체하는 동남아 여행의 최대 성수기인 만큼 4분기 항공사 이익에 대한 기대를 접은 상황에서 1분기 이익 턴어라운드(반등) 모멘텀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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