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돌 맞은 아시아 최대 미디어 장터 ATF…그 한가운데 차지한 K콘텐츠

입력 2019-12-10 09:16
수정 2019-12-10 09:46

“바이어 미팅이 30분마다 계속 있습니다. 이미 한달 전부터 예약이 차 있었어요.”

지난 8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TV 포럼&마켓(ATF)에 참가한 한 국내 방송사 관계자가 바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ATF는 싱가포르 정보통신 미디어개발청(IMDA)의 주최로 열린 싱가포르 미디어 페스티벌(SMF)의 주요 행사다. 1999년 처음 열려 올해로 20회째를 맞이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다양한 아시아 콘텐츠의 거래가 이뤄진다. 행사에 참여하는 미디어 업계 관계자만 55개국 5600여명에 달해 지난해 성사된 거래액 규모인 3억1300만달러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 안팎에서 예상하고 있다.


한국 미디어 업체가 들어선 전시관은 5곳으로 일본(3곳), 중국(2곳)보다 규모가 컸다. 행사 장소 중 주최국인 싱가포르의 전시관과 함께 가장 많은 인파들이 북적인 곳도 한국관이었다. 전시장 입구와 가까웠지만 상대적으로 한산했던 일본관의 분위기와 대조됐다. 특히 한가운데에 있는 한국 방송콘텐츠 전시관 중 드라마 콘텐츠를 소개하는 부스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CJ ENM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 콘텐츠는 시나리오가 뛰어나다는 인식이 미디어 업계 전반에 있어 여전히 아시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라며 “한류스타가 나오는 내년 방영 예정 드라마를 놓고 아시아 미디어 콘텐츠 관계자들의 문의가 특히 많다”고 귀띰했다.

한국 방송 콘텐츠를 향한 아시아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의 열기는 같은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프로그램 포맷 설명회에서도 이어졌다. SBS를 비롯한 지상파방송사와 종합편성방송사 관계자가 참여한 프로그램 포맷 설명회에선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데이트 관련 예능 프로그램의 구성을 놓고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한 국내 방송사 관계자는 “예능에선 ‘복면가왕’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유형의 프로그램이 유럽, 미국 등에서도 흥행하면서 참신한 예능 프로그램 포맷을 한국 방송 콘텐츠에서 찾으려고 하는 바이어들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른 한국관에서도 한국 콘텐츠를 찾는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전시장 후문쪽에 위치한 한국 애니메이션 전시관에선 ‘뽀로로’의 흥행에 힘입어 한국 애니메이션의 제작 과정과 성과 등을 문의하는 바이어들로 가득했다. 자사 애니메이션 ‘Hero Circle’의 한국, 미국 방영을 앞두고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스튜디오티앤티의 이호진 대표는 “캐릭터 상품을 만들기 좋은 3D 애니메이션에 대한 문의가 많은 게 올해 ATF의 특징”이라며 “유튜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플랫폼이 다변화되면서 최근엔 긴 상영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2~3분 단위의 짧은 상영시간이 특징인 애니메이션들도 주목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민영방송사로 이루어진 한국관의 홍보를 4년째 담당하고 있는 나우컴의 박진수 차장은 “드라마, 예능에 대한 문의가 많지만 지역 방송사들이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갖는 해외 바이어들의 문의도 꾸준하다”며 “한국 각지로 연결되는 항공 노선의 여객기에서 활용할 용도로 지역에 특화된 다큐멘터리가 인기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