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11시 5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이날 "김 전 회장이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말 이후 건강이 나빠져 통원 치료를 하는 등 대외활동을 자제해왔다. 이후 12월 말부터 증세가 악화해 장기 입원해 투병생활을 해왔다. 최근에는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이로써 김 전 회장이 참석한 마지막 공식 행사는 지난해 3월22일 열린 '대우 창업 51주년 기념식'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재계 2위 그룹의 총수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부도를 내고 해외도피 생활을 하는 등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보냈다.
삼성과 현대를 키운 이병철과 정주영 등 1세대 창업가와 달리 김우중 전 회장은 샐러리맨으로 출발한 1.5세대 창업가로 분류된다.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의 성공신화는 만 30세 때인 1967년부터 싹을 틔웠다.
섬유 수출업체인 한성실업에 근무하던 '청년 김우중'은 트리코트 원단생산업체인 대도섬유의 도재환씨와 손잡고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당시 자본금 500만원으로 출범한 대우실업은 첫해부터 싱가포르에 트리코트 원단과 제품을 수출해 58만 달러 규모의 수출실적을 올린 데 이어 인도네시아, 미국 등지로 시장을 넓혀 큰 성공을 거뒀다.
대우실업은 1968년 수출 성과로 대통령 표창을 받으며 급성장 가도를 달렸다.
1976년에는 옥포조선소를 대우중공업으로 만들었고, 1974년 인수한 대우전자와 1983년 대한전선 가전사업부를 합쳐 대우전자를 그룹의 주력으로 성장시켰다.
대우그룹은 또 에콰도르(1976년)에 이어 수단(1977년), 리비아(1978년) 등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통해 해외사업의 터를 닦았다.
김 전 회장의 거침없는 확장 경영의 결과 창업 15년만에 대우는 자산 규모 국내 4대 재벌로 성장했다.
김 전 회장은 1980∼90년대에도 저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서 강조한 대로 '세계경영'에 매진했다.
특히 1990년대 동유럽의 몰락을 계기로 폴란드와 헝가리,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자동차공장 등을 인수하거나 설립하며 세계경영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대우는 1998년말에는 396개 현지법인을 포함해 해외 네트워크가 모두 589곳에 달했고 해외고용 인력은 15만2천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1997년 11월 닥친 외환위기는 세계경영 신화의 몰락을 불러왔다.
김대중 정부 경제관료들과의 갈등과 마찰을 빚으면서 붕괴가 빨라졌다.
특히 1998년 3월 전경련 회장을 맡은 김 전 회장은 '수출론'을 집중 부각했지만, 관료들과 갈등은 여전했고 오히려 개혁의 대상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맞았다.
1998년 당시 그룹 구조조정의 최우선 핵심사안으로 꼽혔던 대우차-제너럴모터스(GM) 합작 추진이 흔들렸고, 금융당국의 기업어음 발행한도 제한 조치에 이어 회사채 발행제한 조치까지 내려져 급격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당시 일본계 증권사의 '대우그룹의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온 것을 계기로 상황은 급격히 나빠졌다.
대우그룹은 1999년 말까지 41개 계열사를 4개 업종, 10개 회사로 줄인다는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지만, 1999년 8월 모든 계열사가 워크아웃 대상이 되면서 그룹 해체를 피하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6월과 벌금 1천만원, 추징금 17조9천253억원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08년 1월 특별사면됐다.
말년에 '제2의 고향' 베트남 등을 오가며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 프로그램에 주력해 왔으며 17조원에 이르는 미납 추징금과 세금을 내지 못하고 1년여 투병 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했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른다. 유족으로는 미망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 장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 차남 김선용 ㈜벤티지홀딩스 대표, 장녀 김선정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사위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이 있다.
빈소는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이며, 조문은 10일 오전 10시부터 가능하다. 영결식은 12일 오전 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거행할 예정이다. 장지는 충남 태안군 소재 선영.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