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노동소득은 평균적으로 41세에 3209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소득이 없으면 59세부터 노동소득이 소비보다 낮아지면서 ‘적자 인생’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9일 이 같은 내용의 ‘2016년 국민이전계정’을 발표했다. 국민이전계정은 국민 전체의 연령별 노동소득·소비, 공적·사적 이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국내총생산(GDP) 집계 등에 쓰이는 국민계정자료를 활용해 연령별 소득과 소비 추이를 분석해 산출한다. 연령 변화에 따른 세대 간 소득 추이를 분석하기 위해 소득 원천 중 자본소득과 이전소득 등을 뺀 노동소득만 고려하는 게 특징이다.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한국인은 태어나서 26세까지 소비액이 노동소득보다 많다. 이후 27세부터 58세까지는 노동소득이 소비보다 많다가 59세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다. ‘적자 인생’에 들어가는 시기는 전년(58세)보다 1년 늦춰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화로 은퇴 시기가 늦춰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적자를 가장 크게 보는 연령은 16세(2867만원)였다. 노동소득은 없는데 교육비 등 지출이 많아서다. 흑자액은 41세에서 1435만원으로 가장 컸다.
국민 전체로 보면 노동소득에서 소비를 뺀 ‘생애주기 적자’는 전년 대비 1.6% 줄어든 110조3030억원으로 집계됐다. 소비가 2015년보다 3.8% 증가했지만 노동소득이 그보다 큰 폭(4.8%)으로 늘었다. 연령별 총액으로 보면 유년층이 노동소득 없이 130조6000억원을 소비했다. 15~64세 인구는 노동소득이 소비보다 112조7000억원 많았고, 65세 이상 인구에서는 노동소득보다 소비가 92조4000억원 많았다.
유년층과 노년층의 적자액은 복지정책 등을 통한 정부의 공적 이전과 15~64세 인구의 증여 등 민간 이전이 메웠다. 정부는 2016년 15~64세 인구가 낸 세금 중 112조7000억원을 유년층에 58조원, 노년층에 54조8000억원 배분했다. 유년층은 주로 교육과 보건 부문, 노년층은 보건과 연금 부문 이전액이 많았다. 1인당 공공이전을 통해 순유출되는 금액이 가장 많은 연령은 38세(650만원)였다.
소비 부문에서는 급격한 고령화로 공공 보건지출이 급증했다. 2016년 공공 보건 소비 총액은 63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7% 늘었다. 65세 이상 노년층의 공공 보건 소비(25조2940억원)가 1년 만에 12.6% 늘어난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노년층으로 19조5750억원의 보건 순유입이 일어나는 동안 15~64세 인구에서는 23조520억원의 보건 순유출이 일어났다. 노년층에 들어가는 공공 보건 비용이 급증하면서 그만큼 노동연령층의 세금 부담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