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서면서 주가 반등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이 다른 은행으로 이어지면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떨어진 은행주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것이란 분석이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은 1050원(2.23%) 오른 4만8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투자자가 이날 10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KB금융은 최근 한 달 동안 10% 넘게 올랐다.
KB금융은 1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230만3617주)을 오는 12일 소각할 계획이다. 자본금이나 자본잉여금이 아닌 이익잉여금에서 차감한다. 발행주식 수가 감소해 주당순자산가치(BPS:순자산/주식 수)와 주당순이익(EPS:순이익/주식 수)은 각각 3.0%, 0.5%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소각 물량은 보유한 자기주식(2848만 주)의 8% 수준으로 추가 소각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소각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KB금융의 보통주 자본 비율(14.4%)도 다른 은행보다 높아 올해 결산배당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KB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5만7000원에서 6만1500원으로 7.9% 상향 조정했다.
KB금융의 자기주식 소각을 시작으로 주주친화 정책이 은행주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지주는 자회사인 오렌지라이프의 잔여지분 매입 과정에서 3584억원의 신주금액 범위 내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등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3000억원 규모(발행주식 수의 2.9%)의 자기주식을 매입한 하나금융지주는 주주가치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9일 2.65% 올랐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